2024-04-24 15:20 (수)
◇해외취재='중진국 함정'에 빠진 브라질㊤소득 정체
◇해외취재='중진국 함정'에 빠진 브라질㊤소득 정체
  • 리우 데 자네이루(글·사진)=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iexlover@hanmail.net
  • 승인 2020.01.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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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돌파 했지만 이후 계속 1만달러밑에서 횡보
10~20년마다 '경제위기'되풀이…택시기사 "요즘은 형편 좋아져" 경제 꿈틀
인구와 면적은 대국의 풍모 갖춘 남미의 맹주(盟主)… 제조업의 기반도 탄탄
삼성전자ㆍ 포스코등 진출…브라질行 전날 칠레 현지서 시위재발 현장목격

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은 시위로 얼룩진 칠레 현지를 열흘 가까이 취재한 다음 브라질을 찾았다. 이번 해외취재는 성장과 분배 정책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칠레와 브라질의 경제 현장 취재를 통해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사회에 던질 메시지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중남미에서 가장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도 2억명이 넘는데다 천연 자원까지 풍부한 남미 대국 브라질의 경제와 정치 상황의 인과관계를 들여다본 이유다. 우리나라가 2만달러(2006년)에서 3만달러(2018년)로 가는데 12년이 걸렸던 것 처럼 브라질은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었다.  경제는 약간씩 기운을 차리고 있었지만 정정(政情)이 불안하다. 브라질의 고뇌를 두 차례에 걸쳐 현지 르포한다.<편집자주>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은 지금 여름이 한창이다. 슈퍼에는 수박 등 여름과일이 풍성하다.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은 지금 여름이 한창이다. 슈퍼에는 수박 등 여름과일이 풍성하다.

칠레를 떠나기 바로 전날(12월 20일) 비로소 시위 현장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다. 열흘 가까이 머무르면서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산티아고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차편으로 숙소로 이동하던 중 때마침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현장과 마주치고 말았다. 시위 사실을 몰랐기 때문인데 일방통행 도로에 줄지어 선 차량 행렬 앞쪽에서 꼼짝 못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12월 들면서 소강상태를 보였던 시위가 이날 다시 벌어진 것이다. 시위대의 북 소리와 구호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각종 복면을 한 시위대원들이 주변을 어지럽게 오갔다. 경찰 장갑차가 내뿜는 물대포와 최루 가스에 시야가 가리고 눈도 따가웠다.

어느 순간, 앞에 있던 차들이 거꾸로 돌아 길을 내며 역주행을 시작했다. 내가 탄 차도 무리에 끼어들어 용케 현장을 빠져나왔다. 차 운전자는 신변의 위험을 이유로 “내려서 사진이라도 몇 커트 찍고 싶다”는 나의 취재욕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칠레 시위 사태가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튿날 시위 현장을 지켜본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브라질 리우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일정이 촉박한 관계로 급한대로 리우를 통해서 브라질 정치와 경제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산티아고를 출발한 비행기는 남미 대륙을 거슬러 올라가 4시간 10여분 만에 리우에 도착했다. 같은 여름 날씨지만 건조하게 더운 산티아고에 비해 무척 습하게 덥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만(灣)을 끼고 있는 해안도시이자 아열대성 기후대인 리우의 특성 상 무더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 숙소로 향하는 중 눈에 들어온 리우의 모습은 푸르고 역동적이며 입체적이었다. 도시 곳곳에 산봉우리가 봉긋 봉긋 솟아 있고 만이라서 그런지 바다도 여기저기 보였다. 분지 형이라 건조하고 평면적인 인상을 주는 산티아고와는 비교가 됐다.

이 정도면 상인의 자격이 있는게 아닌가. 옷걸이에 의류를 매달고 해변을 돌아다니면 비키니 등을 파는 상인을 만났다. 그는
이 정도면 상인의 자격이 있는게 아닌가. 옷걸이에 의류를 매달고 해변을 돌아다니면서 비키니 등을 파는 상인을 만났다. 그는" 손님이 해변에 있는데 해변에 안가는 상인은 바보다"라며 웃었다. 그는 신용카드 결제기도 갖고 다녔다.

1502년 1월 1일 이곳을 처음 발견한 포르투갈 항해사는 만의 입구를 강의 어귀로 착각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명도 ‘리우 데 자네이루’(1월의 강)로 붙여졌다고 하니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택시 기사에게 “요즘 살기가 좀 어떠냐”고 물었더니 “브라질 경제가 좋아지고 있어 기대가 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리우는 브라질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도시다. 나폴리(이탈리아), 시드니(호주) 등과 함께 세계 3대 미항(美港)으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한해에 수백만 명이 찾는 중남미 최대 관광도시로도 유명하다. 브라질 사람들은 흔히 행정 수도 브라질리아, 경제 수도 상파울루와 함께 옛 수도였던 리우를 문화 수도로 꼽는다.

매년 2월 말~3월 초 열리는 리우 카니발(삼바 축제)은 남미의 대표적인 축제이자 세계 5대 축제에 속한다. 2014년 제20회 브라질 월드컵 대회를 치룬 12개 도시 중 하나이고, 2016 리우 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이기도 하다.

북미에서 가장 큰 미국이 북미 맹주(盟主) 노릇을 하듯 남미에서는 브라질이 자연스레 맹주 의식을 갖고 있다. 땅의 크기는 물론 인구도 많고 천연자원도 풍부한 나라다./이코노텔링 그래픽팀.

리우에 와 보니 브라질이 대국이란 느낌이 확 들었다. 비록 1인당 GDP는 1만 달러대에서 오락가락 하는 중진국이지만 그것으로만 브라질을 평가하는 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질은 우선 땅덩어리가 크다.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5위로 약 851만㎢에 이른다.(한국은 109위로 약 10만㎢) 남미 대륙의 약 47.7%가 브라질 땅인데, 지도를 보면 남미 오른쪽 덩어리가 거의 브라질처럼 여겨질 정도다. 지정학적 위치도 남미 최적이다.

때문에 북미에서 가장 큰 미국이 북미 맹주(盟主) 노릇을 하듯 남미에서는 브라질이 자연스레 맹주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인구도 약 2억1178만여 명(2019 유엔 자료 추계)으로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5위다.(한국은 28위로 2019년 추계 5,170만명). 경제 규모(총 명목 GDP)는 약 2조 551억 달러(2017년)로 총 GDP로만 따지면 세계 9위다. 천연 자원이 풍부하고 기술력도 개도국 상위권이니 경제 대국으로 쳐줄 만하다.

하지만 브라질은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나라다. 10~20년 주기로 경제 위기가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도 1인당 GDP는 감소 또는 횡보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1만2260 달러, 2014년 1만1921달러, 2015년 8,827달러, 2016년 8,771달러, 2017년 9,929달러, 2018년 8,959달러(세계 71위)를 각각 나타냈다.(한국 2018년 3만2046달러).

수출(2018년)은 연간 2,399억달러, 수입은 1,812억달러 규모로 587억달러 수지 흑자를 보였다. 공용어는 포르투갈어이며 인종 구성은 백인 48.4%(포르투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계 등), 흑백 혼혈 43.8%, 흑인 6.8%, 아시아계 1.1%, 원주민 0.4% 등이다. 아시아계 중에는 일본인들이 두드러진다. 1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데 2,3대까지 내려갔고 현지에서 일본어 TV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지진 많은 모국을 생각해서인지 토지도 많이 구입해 두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리우공항 면세점 앞에선 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리우공항 면세점 앞에선 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한국 교민은 약 5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브라질에 농업이민을 보낸 역사가 있다. 1960년대 초반 박정희 정권에 의해 추진된 제1차 농업이민이 출발점이다. 공식적인 첫 이민자 103명이 1963년 12월 12일 브라질에 도착했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브라질 이민 역사는 57년째를 맞았다.

최근 한국의 대 브라질 수출(2018년)은 48억8400만달러, 수입은 39억800만달러로 9억7600만달러 수지 흑자다.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부품, 반도체, 무선 통신기기, 자동차, 철강, 합성수지 등이다. 주요 수입품은 철광, 사료, 대두, 면, 옥수수, 동광, 합금철, 닭고기, 펄프 등이다. 주요 현지 진출업체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이며 중소기업 진출은 미미하다고 한다.

브라질은 철강, 원유 등 원자재 산업이 발달하고 커피, 사탕수수, 오렌지, 콩, 쇠고기·닭고기·돼지고기 생산이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농업도 강하다. 중남미에서는 그래도 제조업 기반이 나은 나라이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다수가 50년 넘게 브라질 현지 투자에 나서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분야도 더러 있다. 신중산층 증가로 내수 소비도 증가 추세라고 한다. 국민소득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으로 알려졌지만 와서 보니 칠레보다는 싸다는 느낌이 들었다.(산티아고 대비 체감 물가 약 80% 수준). 음식 맛도 좋았다. <하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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