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운동과 댓글 실명제 도입 등 제도개선 절실

악성댓글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스타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악성댓글을 추방하는 자정운동과 함께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배우 최진실부터 가수 유니, 그리고 최근 한 달 간격으로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까지. 이들은 모두 악성댓글, 우울증과 싸우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악성댓글에 대한 자성론이 대두된다. 보다 적극적인 자정 캠페인과 함께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생전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라며 밝게 웃으며 노래한 구하라는 개인적인 시련이나 아픔까지 소모되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지난 6월 SNS에 악플을 선처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우울증을 토로했다.
그는 "연예인 그저 얻어먹고 사는 사람들 아니다. 그 누구보다 사생활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앓고 있다"며 "여러분의 표현은 자유다. 그렇지만 다시 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요"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그룹 에프엑스 출신 가수 겸 배우 설리도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면서 연예활동을 잠정 중단한 적이 있다.
악플은 침묵의 살인자와 마찬가지다. SNS로 연예인 일상을 일거수일투족 들여다보게 되면서 미디어가 이를 기사로 확대 재생산하고, 여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얼굴과 외모 등 비주얼부터 과거 발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평가와 지적 대상이 된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악플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대상이 자신을 공격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우울증을 넘어 공황장애가 올 수도 있다. 유난히 연예인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며 분노의 배설구로 삼는 것은 바뀌어야 할 온라인 문화다.
2008년 10월, 국민배우로 통하던 최진실이 세상을 등지자 정치권에서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했다. 수사당국도 사채설 등 근거 없는 루머와 고인의 극단적 선택이 무관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위헌 논란 속에 인터넷실명제는 무산됐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TV에 출연해 악성댓글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등 담담하게 싸우던 설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악성댓글 근절을 위한 제도 보완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댓글에도 악성댓글에 대한 자성론이 일고, 정치권에서도 '설리법' 발의 논의가 제기됐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연예기사 댓글난을 잠정 폐쇄했다. 네이버는 댓글을 폐지하진 않고, 악성댓글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했다. 욕설이 들어간 댓글은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다른 사이트에선 계속 댓글 서비스가 제공된다.
설리에 이어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자 제도 보완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명제는 위헌 소지가 있어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면 연예기사 댓글을 폐지하거나 욕설 등 특정 표현을 걸러내는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악성댓글 작성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