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1:10 (목)
경영속사정과 정치外風으로 生 마감 '비명의 경영인'
경영속사정과 정치外風으로 生 마감 '비명의 경영인'
  • 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iexlover@hanmail.net
  • 승인 2019.11.10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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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대북불법 송금 檢조사중 사옥에서 뛰어 내려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 형제간 경영권다툼서 내부비리 고발후 생 마감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형에게 돈 준 혐의로 한강 투신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검찰 조사 앞두고 수도권 야산서 목매 타계

기업사(企業史) 곳곳에는 많은 희로애락이 숨겨져 있다. 그 중에서도 기업 활동의 선봉에 서서 지휘를 했던 기업인들의 ‘자살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지난주 키움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자택에서 숨진채로 발견돼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는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갑질 논란이 사회이슈로 떠 오르자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으로선 권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이코노텔링>은 재임중 생을 달리한 ‘비명의 경영인’의 역사를 살펴보기로했다.<편집자주>

박건석 범양상선 회장은 1987년 회사 비자금사건이 터지자 집무실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당시 이득렬 MBC앵커가 그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모습. 사진=MBC화면 캡처.
박건석 범양상선 회장은 1987년 회사 비자금사건이 터지자 집무실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당시 이득렬 MBC앵커가 그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모습. 사진=MBC화면 캡처.

한국경제호(號)는 1900년대 후반부터 숙명과도 같았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 위주의 고도성장을 추구한 끝에 마침내 선진국 문턱에까지 도달했다. 수많은 근로자들의 피와 땀이 그것을 뒷받침했지만 기업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욕을 부리거나 문제 해결에 탈법을 동원하다 탈이 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업인들이 생겨났다. 검찰·국세청의 조사나 정치권과의 갈등, 회사 내분이나 혈족 간 다툼 등에 얽혀 자진(自盡)한 경우가 많았다. ‘검찰·국세청 조사→투신자살’이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2000년 직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기업인으로는 박건석 범양상선 회장(87년 4월/5공 말기), 박경홍 39쇼핑 사장(98년 10월/김대중 정부 초기) 등이 꼽힌다. 2000년 이후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2003년 8월/노무현 정부 초기),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2004년 3월/노무현 정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2008년 11월/이명박 정부),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2012년 1월/이명박 정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2015년 4월/박근혜 정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2016년 8월/박근혜 정부) 등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기업인 자살 사건의 방아쇠를 처음으로 당긴 이는 박건석(당시 59세) 범양상선 회장이었다. ‘비자금(秘資金)’이란 말을 세상에 전파했던 이 사건의 충격과 사회적 파장은 이외로 컸다. 그는 87년 4월 19일 일요일 오후 3시 50분께 서울 중구 을지로 두산빌딩 10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당시 취재·보도를 위해 여러 차례 현장을 찾았던 기억이 새롭다.

‘해운왕’으로 불렸던 그는 84년 정부가 주도한 해운합리화 조치 때 세방해운·삼미해운·삼익상선 등 6개 부실선사를 인수·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사건 즈음엔 1조2000억 원의 부채와 해운 불황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게다가 전문경영인과의 내분까지 겹쳤다.

내분의 여파로 거액(1800만 달러·당시 150억 원)의 외화도피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유서에 전문경영인을 겨냥해 “ㅇ사장은 인간이 되시오. 천벌을 받습니다‘란 말을 남겨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인 98년 10월 13일엔 박경홍(당시 39세) 39쇼핑 사장의 투신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ㆍ박용오 두산그룹 회장ㆍ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ㆍ이인원 롯데그룹 부회 등은 경영과 관련한 회사 안팎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달리한 대표적인 경영인이다. (사진 위로부터 시계방향)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ㆍ박용오 두산그룹 회장ㆍ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ㆍ이인원 롯데그룹 부회 등은 경영과 관련한 회사 안팎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달리한 경영인이다. (사진 윗편 왼쪽부터 시계방향)

1995년 8월 국내 최초의 홈쇼핑 채널로 개국해 승승장구하던 그는 당시 인조 유리로 만든 가짜보석 판매 사건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비리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가짜보석 사건 마무리 단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이 세간에 큰 화제가 됐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주목받았던 사건은 뭐니 뭐니 해도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8월 발생했던 정몽헌(당시 54세) 전 현대그룹 회장의 투신자살이었다. 대북 불법 송금 및 현대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1년 가까이 검찰 수사를 받던 그는 2003년 8월 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 12층에서 투신했다.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5남이었던 그는 아버지 정 회장 말년에 특별한 신임을 받아 현대그룹 회장직(1998~2000.5)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투신은 현대가는 물론 정·재계 전반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04년 3월 11일 낮 12시 반경 남상국(당시 59세) 전 대우건설 사장이 한남대교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는 노태우 대통령의 형 건평 씨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방아쇠를 당긴 이는 노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전국 생중계 방송을 통해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라며 대놓고 말한 것. 그는 방송 한두 시간 만에 투신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노 대통령의 공개적인 막말이 그의 죽음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1월 4일,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당시 72세ㆍ성지그룹 회장)이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계는 그가 두산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일으켰던 소위 ‘형제의 난’ 후유증과 말년에 독자적으로 경영했던 성지건설의 경영난 등으로 고심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박용성 회장 취임을 앞두고 그룹 비자금 조성 사실을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해 형제의 난을 촉발했고 본인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월 12일 김학헌(당시 57세)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이 저축은행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자살했다. 검찰 소환이 예정돼 있던 당일 서울 서초동 모 호텔에서 수면제를 복용하고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그는 고양터미널 사업과 관련해 모두 6900억 원의 불법 대출 및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4월 9일 성완종(당시 63세) 경남기업 회장이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숨지기 전 그는 일부 언론을 통해 당시 정계 및 정부 실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그리고 주머니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긴 채 자살해 한참 동안 정국에 큰 파란을 몰고 왔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하면서 회삿돈 약 250억 원을 횡령하고 800억 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8월 26일 이인원(당시 69세)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혔던 그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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