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1 18:10 (일)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⑰페트로 달러와 스테이블코인(5) 주요 국간 분쟁 야기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⑰페트로 달러와 스테이블코인(5) 주요 국간 분쟁 야기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6.02.01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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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통화체제가 '붕괴한 상태'가 되자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율 전쟁 터져
돌아온 '금본위제' 체질 허약…금-달러-통화를 잇는 고정환율은 의미 찾기 어려운 수준

'닉슨쇼크'가 일으킨 혼란은 극심했다. 세계 환율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지 않았나. 세계 주요 나라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다. 그리고 빠르게 '보호주의'로 옮겨 갔다. 그러다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간다. 하지만 허울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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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8월 15일, 향후 '닉슨쇼크'로 불릴 대사건이 터진다.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준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건이었다.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세상은 이를 미국의 '실질적인 디폴트'로 받아들였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이 대사건에서 배울 수 있는 세 가지 교훈을 설명했다. 다시 한번 정리해 해 보자.

우선, "초강대국 미국도 빚을 못 갚아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교훈이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이었다. '힘센 빚쟁이'여서 빚을 갚지 못하면서도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이게 두 번째 교훈이다. 당시 미국은 빚을 안 갚으며 "배 째" 하면서도 ①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②달러 약세를 유도하며 수출 경쟁력을 키우려 했다. 미국은 이를 낙관했다. 하지만 '동맹국=채권국'의 생각은 달랐다. 자국의 절대적인 이익이 걸려있었다. 미국에 크게 반발했고 미국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이게 세 번째 교훈이다.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닉슨과 그의 경제자문단. ※자료=Nixon Foundation.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닉슨과 그의 경제자문단. ※자료=Nixon Foundation.

'닉슨쇼크'는 결과적으로 주요국 사이의 갈등을 부추겼다. 그중 '무역분쟁'이 특히 중요하다. 우리가 '닉슨쇼크'에서 배워야 할 네 번째 교훈이다.

우선 '환율전쟁'이 눈에 띄었다. 세계 통화체제가 붕괴한 상태였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국 시장의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채택한 정책 방향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방법론이 '환율'에만 국한됐던 것은 아니다. 주요 나라들은 급격하게 관세정책은 물론 수입 할당제나 수입허가제 등 비관세 정책까지 동원해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 했다. 갑자기 세계는 '보호무역주의'가 대세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심지어 몇몇 주요 나라를 중심으로 블록화되려는 경향까지 보였다. 영국과 유럽 일부 국가, 그리고 일본 등을 중심으로는 파운드 블록이, 북미와 중남미에는 달러 블록이 만들어지려 했다.

이로써 달러 가치 하락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은 보기 좋게 틀어진다. 세계는 서로 이익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나라들끼리 모였고 미국은 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1971년 가을 내내 세계 주요 나라들은 양자 또는 다자간 협상을 이어갔다. 무너진 브레튼우즈체제를 이을 새로운 금융 체제를 찾아 나섰던 것. 혼란은 4개월 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이 혼란의 종착역은 '금본위제로의 복귀'였다. 혼란은 오래 가지 않는다! 이것이 다섯 번째 교훈이다.

■ 믿을 수 없는 미국, 믿을 수 없는 달러

1971년 12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 주요 10개국 재무장관들이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Smithonian) 박물관에 모여 새로운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중요한 협정을 체결한다. 이른바 '스미소니언체제(Smithonian System)'의 출발이었다. 주요 내용은 ➀금에 대한 미국 달러를 순금 1온스당 35달러에서 38달러로 평가절하한다, ②각국 통화의 가치도 이에 맞게 재조정한다, ③그러나 달러와 금 사이의 실질적 교환은 없다, ④환율 체제는 금태환이 담보되지 않는 달러화를 기준으로 조정이 가능한 고정환율제로 운영한다, ⑤각국 통화의 변동환율 폭은 기준율의 상하 각 2.25%로 확대한다 등이다.

이제 세계는 다시 익숙하고 믿음이 가는 '금본위제'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전의 금본위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설펐고, 무엇보다, 신뢰하기 어려웠다. '금으로 돌려줄 수 없는' 불환 화폐 달러는 그 자체로 이미 '절대성'을 상실했다. 여기에 변동성 수준도 늘어났으니 '절반의 변동환율제'라 할만했다.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실제로 그렇게 됐다. 무엇보다 달러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그 틈새를 타고 투기자본까지 가세했다. 결국 달러는 다시 한번 폭락하는 신세가 됐다. 1973년 2월 38달러였던 금 1온스당 달러 가치는 42.22달러로 10%나 평가절하됐다.

그럼에도 세계는 여전히 달러를 믿지 못했다. 달러 가치는 점점 더 떨어졌고 이제 금-달러-통화를 잇는 고정환율은 의미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1972년 6월 영국은 일찌감치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이중환율제를 택했다. 1973년 3월에는 유럽공동체(EC) 6개국과 일부 북구 유럽 나라들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한다. 결국 스미소니언 체제도 출범 1년 좀 지나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이후 혼란을 거듭하던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1월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Kingston)에서 변동환율제로 새롭게 출발, '킹스턴체제(Kingston System)'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이른다. 여기서 여섯 번째 교훈이 찾아진다. 임시방편으로 이뤄진 체제, 이는 반드시 깨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금본위제는 역사로만 남게 됐다. 이 모든 것의 책임은 과도하게 풀린 달러에 있었다. 미국은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냈다. 그리고 그 핵심 배후에 전쟁이 있었다. 한국전쟁도 있었지만 베트남전쟁이 더 중요했다. 당시 전쟁은 공산주의로부터 자본주의를 지키려는 체제 수호 전쟁의 성격이 강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맏형 미국은 체제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베트남을 지켜야 했다. 그러니 미국은 진짜 돈을 많이 썼다. 베트남전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과도한 달러 발행, 그리고 그로 인한 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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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 ❙ 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 ❙ 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 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식민과 제국의 길』『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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