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한 마리를 가르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통통하고 건강한 암탉은 날마다 주인에게 크고 맛있는 달걀을 하나씩 낳아 주었습니다. 암탉이 달걀을 낳으면 농부는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고 때로는 달걀을 모았다가 시장에 내다 팔아 다른 물건을 사기도 했습니다. 암탉이 낳는 달걀은 크고 맛이 좋아 특별히 비싼 값에 팔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농부는 문득 욕심이 생겼습니다. '암탉이 달걀을 하루에 한 번 밖에 낳지 않으니까 달걀 반찬을 하루에 한번만 먹을 수가 있네. 그리고 며칠씩 모아야 겨우 내달 팔 정도 밖에 안 되잖아. 암탉이 알을 좀 더 많이 낳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농부는 결국 한가지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먹이를 두배로 주면 달걀도 두배로 많이 낳을 거야."
농부는 암탉 먹이의 양을 두배로 늘렸습니다. 그러자 암탉의 몸은 금방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흐흐흐, 이제 몸이 불어났으니까 알도 많이 낳겠지."
농부는 흐뭇한 마음으로 암탉이 여러 개의 알을 낳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살이 찐 암탉은 병에 걸려 하루에 하나씩 낳던 알도 낳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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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으면 가치 떨어지는 한계의 원리=만약 이 농부가 경제 원리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이런 안타까운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경제학에는 '한계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합리적인 소비와 생산을 결정할 때 쓰이는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한계는 '가장자리' 또는 '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마지막 추가분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계 원리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배가 고플 때는 피자를 정신없이 먹기 시작하지만 두 조각, 세 조각 째 먹게 되면 먹는 즐거움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효용'이란 경제 용어가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소비할 때 얻어지는 만족감을 의미합니다. 한계효용이란 마지막 추가분의 효용을 의미하죠. 목마른 사람에게 생수 한 병을 줬다고 합시다. 첫 모금은 정말 시원하겠죠. 갈증이 한 순간에 확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 들겁니다. 두 번째도 역시 좋지만 첫 번째만은 못합니다. 세 번째 두 번째보다 못 하고요. 물을 반 병쯤 마셨을 때야 갈증이 풀립니다. 갈증이 풀리는 이때, 물로부터 얻는 만족감이 최고가 됩니다. 여기서 더 많이 마시면 배가 부르고 불쾌감이 느껴집니다.
물 마시는 것의 만족도, 즉 물의 효용을 수치로 표현해 봅시다. 예를 들어 첫 모금을 5, 둘째 모금은 4, 셋째 모금은 3, 그리고 넷째 모금은 0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계효용은 마지막 추가분의 효용이므로 첫 모름일 때는 5, 둘째 모금까지 4, 셋째 모금까지 3, 네 번째 모금까지 0이 됩니다. 다시 말해 마지막 모금까지의 전체 효용은 이들을 모두 합친 12되지만 한계 효용은 0이 됩니다. 한계효용이 0이 될 때 물의 만족감이 최대가 되고 그 이후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죠. 다섯 번째 물을 들이킬 때는 마시는 것으로부터 얻는 기쁨보다 불쾌감이 더 커짖게 됩니다.
이처럼 한계효용은 갈수록 줄어듭니다. 이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앞의 농부와 암탉의 우화에서 암탉에게는 먹이가 두배로 늘었을 때의 한계효용은 마이너스였습니다. 한계효용이 0일 때 즉 암탉의 만족감이 최대인 경우는 먹이가 두배가 되기 전으로 농부는 그 양에 맞춰 암탉에게 먹이를 주어야 했습니다.
◇인간의 욕망에 던지는 메시지 '절제와 균형'=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의 원리는 인간의 선택과 자원 배분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이는 어떤 행동이나 선택이 '더 이상 추가적인 이익을 가져오지 않거나, 추가 비용이 더 커지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기반합니다.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가를 다루는 학문인 만큼 한계의 원리는 거의 모든 경제적 의사결정의 출발점이 됩니다.
가령 생산의 영역에서 다른 생산요소를 고정한 채 특정 생산요소를 계속 투입하면 어느 순간부터 추가 투입분이 만들어 내는 산출량은 감소하게 됩니다. 예컨대 동일한 크기의 공장에 노동자 수만 계속 늘리면 처음에는 생산량이 증가하지만 점차 작업공간 부족 등으로 노동자 한명이 추가로 기여하는 생산량은 줄어듭니다. 이는 기업이 무작정 투입을 늘리기보다, 최적의 생산규모를 찾으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한계의 원리는 기업의 비용과 이윤 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업은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합니다. 한 단위를 더 생산했을 때 얻는 추가 수입이 추가비용보다 크다면 생산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반대로 한계비용이 한계수입을 초과하게 되면 그 생산은 오히려 손실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이윤 극대화는 무한한 확장이 아니라 명확한 한계를 인식하고 그 지점에서 멈추는 선택을 할 때 가능해집니다.
한계의 원리는 개인의 일상적 선택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공부시간, 노동시간, 여가시간 역시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하루에 한두시간 공부할 때의 성취와 열 시간 이상 무리하게 공부할 때의 성취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한계의 원리는 "더 많이 하면 항상 더 좋아진다"는 직관이 현실에서는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경제학의 한계의 원리가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절제와 균형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자원과 능력은 유한하기에 합리적인 선택이란 최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행동이 더 이상 의미있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인식하고 그 이전이 멈추는 것이죠. 경제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비합리적 욕망을 제어하고, 현실적인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학문입니다. 한계의 원리는 우리에게 '얼마나 더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멈출 것인가'를 질문하게 만드는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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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