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00원대 후반을 맴도는 원/달러 환율 수준과 관련해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양극화를 초래하는 위기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용 총재는 17일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절하되면 이익 보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기관이 넘어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며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양극화 등을 생각할 때 환율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이 너무 투명하게 알려져 있어 해외 투자하는 사람들이 이에 근거해 투자하고 있다"며 "이를 불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인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내년 환율이 현재와 같은 147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중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지난달 내놓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2.1%인 점을 감안하면 환율 수준에 따라 기존 전망치를 소폭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2.1%에서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2.4%로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를 전후한 여행 수요 증가로 개인 서비스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환율 상승 영향이 0.1%포인트(p), 기상 악화 등 기타 요인을 0.2%p 정도로 추정했다.
한은은 환율 영향에 대해 "축산물은 수입 쇠고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환율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고, 수입 비중이 높은 고등어, 오징어 등 수산물도 환율 움직임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