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해 CEO의 업무 지휘권이 인간적 지배로 변질 소지
사장의 인성 문제는 그 자체가 기업의 노무 리스크가 되어 기업 생존 위협
기업의 노무 관리 체계에서 핵심이라고 하면 대부분 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 해고 등 법적 리스크인데 이를 "노무리스크"라고 한다.
이러한 리스크들은 조기에 발견하여 보완하면 기업 경영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 문제는"노무리스크를 다스려야 하는 사람"— 즉, 사장 본인이 실제로 인사노무 리스크가 되는 경우이다.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노무 리스크 사장의 유형'을 살펴보고, 이것이 어떻게 기업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는지 알아보자.
첫째, 밑의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사장이다.
원래 개인의 기질상 남의 지적이나 건의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권위적 성향 때문에 듣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경영자라면 조직 내 어떤 소리에도 귀가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 회사의 부정적 신호, 사업 리스크, 위기 조짐 등은 듣기 싫어도 반드시 들어야 한다. 그런데 사장이 "나쁜 소리는 듣기 싫다"는 메시지를 주는 순간, 직원들은 입을 닫는다. 회사의 위험 신호는 보고되지 않고, 사장 귀에 들어오는 것은 듣기 좋은 말뿐이다. 그 결과는 조직의 정보 흐름 단절과 시장 반응 속도 저하이다. 작은 잡음이 사업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었음에도 전부 입을 다물게 되고 심하면 회사의 도산까지 이끌어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둘째,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하는 사장이다.
부하 직원이 일을 잘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책임 전가는, 이미 본인이 보고받고 승인까지 해놓고, 문제가 생기자 이를 직원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말한다. 직원은 "위에서 판단하겠지" 하고 대충 검토해 올리고, 사장은 "아래에서 검토했겠지" 하고 대충 결재하는 일은 의외로 현장에서 흔히 일어나고 이것은 종종 학계에서 "결재시스템의 부작용"으로까지 논의되곤 한다. 자질이 부족한 사장은 일이 잘못되면 개인이 "남 탓"을 하듯 "직원 탓"을 한다. 사장 자신이 의사결정에 참여한 일뿐만 아니라 직원이 독자적으로 저지른 실수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직원이 실수로 송금을 잘못해 5,000만 원을 날렸다고 가정하자. 이를 온전히 직원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사장은 경영자로서 기본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실수에는 프로세스 문제, 관리 문제, 교육 문제, 충원 문제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하기 때문이다. "직원 하나만의 탓"으로 결론 내리는 순간, 조직은 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잠식된다.
셋째, 사내 지휘권을 '권한'이 아니라 '권력'으로 행사하는 사장이다.
사장이 가진 지휘·명령권은 '업무수행을 위한 통제권'이다. 그러나 이것이 권력으로 변질되면 조직은 금방 경직된다. 근로기준법에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결정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이것은 근로계약을 맺을 때뿐이고 실제 회사 운영은 끊임없는 지시-보고-승인의 연속이다. 이 과정에서 CEO의 업무지휘권이 인간적 지배로 변질되는 순간, 조직은 망가지고 심지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발전하여 기업 이미지는 물론, 막대한 법적·평판 리스크를 초래한다. 경영자는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나는 지금 업무상 권한을 행사하는가, 아니면 직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가?"
넷째, 직원을 인격적으로 차별하는 사장이다.
능력 차이에 따른 보상(평가·급여·승진)차별은 정당하다. 그러나 인격적 차별은 전혀 다른 문제다. 누가 봐도 특정 직원만 편애한다거나, 반대로 특정 직원을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행위는 조직의 신뢰를 한순간에 붕괴시킨다. 당사자뿐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모든 직원의 사장에 대한 신뢰가 소멸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서비스 조직에서는 이런 편애와 차별은 핵심 인력의 급격한 이직으로 이어져 사업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위 4가지 리스크는 모두 사장의 전문성 문제 이전에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 즉 인성과 직결되어 있다. 결국 사장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 자체가 기업의 노무리스크가 되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이야기이다.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은 리더의 자리에 잘 올라가지도 않겠지만 설사 올라갔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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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