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최장기간 떨어져…2030세대 청년들 73.6만명 '그냥 쉰다'
단기알바나 현금성지원 한계…규제혁파로 괜찮은 일자리 더 창출을
올해 들어 전체 취업자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데도 사회 초년생인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1년6개월째 악화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기업의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자동화와 경력직 선호 현상이 겹친 결과다.
국가데이터처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904만명으로 2024년 10월 대비 19만3000명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는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33만명 넘게 증가한 결과이지,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6만3000명 감소한 352만1000명으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적었다.
전체 취업자가 증가하는 데도 청년 취업자는 감소하는 기현상은 연령대별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로도 입증된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의 고용률은 63.4%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p) 오르며 1982년 월간 통계 작성 이래 10월 기준 가장 높았다.
이와 달리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6%로 전년 대비 1.0%p 하락했다. 모든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고용률이 떨어졌다.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18개월 연속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1개월) 이후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일자리를 구하다 지친 청년들은 체념한 채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그냥 쉰다'. 10월 고용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된 20대가 40만2000명, 30대는 33만4000명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의욕적으로 활동할 나이에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는 청년들이 73만6000만명에 이른다. 특히 30대 쉬었음 인구는 역대 최대다.
이들은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 조사에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게다가 그냥 쉬는 인구는 계속 증가하며 전체 실업률 수치를 낮추는 '통계 착시' 현상까지 초래한다.
문제는 청년층 고용 악화가 일시적인 경기침체나 일자리 미스매치에서 비롯되는 수준을 넘어 구조적 위기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고용시장은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주력인 반도체산업은 자본·기술집약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적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플랫폼산업이 급성장했지만, 배달라이더 등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단순 일자리 공급을 늘렸다.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도 청년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신규 채용은 546만7000개로 2018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적었다. 전체 일자리에서 신규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6.6%로 최저치였다. 특히 괜찮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제조업 신규 채용은 18.8%로 사상 처음 20% 아래로 내려갔다.
게다가 인공지능(AI) 충격파가 고용시장에도 닥쳤다. 한국은행은 최근 3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개 중 98%가 AI로 대체될 수 있는 '고(高)노출' 직종으로 분석했다. 컴퓨터프로그래밍, 정보서비스업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부터 타격을 받는다.
청년 창업도 신통치 않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1분기 사업체를 운영 중인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는 35만4672명(월평균)으로 2024년보다 2만6247명 줄었다. 2017년 관련 통계 집계 시작 후 최대 감소폭이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은 개인의 어려움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이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저하,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특히 30대의 소비여력 감소는 소득 양극화를 초래하고 혼인과 출산율 감소 등의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누적되면 계층 갈등과 사회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최근 일부 청년이 고수익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다가 캄보디아에서 감금되거나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진 것도 이런 구조적인 난맥상과 무관하지 않다.
2030세대 쉬는 청년층을 고용시장으로 이끌어낼 정책이 절실하다. 단기 알바나 현금성 지원은 근원적인 해법이 못 된다. 규제혁파를 서둘러 신산업 태동과 기업 활동을 북돋아야 젊은층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더 창출할 수 있다. 아울러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시장의 경직성과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AI가 일부 일자리를 줄이면서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내는 만큼 청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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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이코노텔링 논설고문■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 중앙일보 산업부장·경제부장, 아시아경제 논설실장 역임.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저서: <통계를 알면 2000년이 잡힌다>,<내가 세계 최고, 숫자로 보는 세계 여러나라>공저-<그래도 우리는 일본식으로 간다>,<What's Wrong, Korea?>,<대한민국 신산업지도>,<코리안 미러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