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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5) 임원이나 직원 모두 '법적 대리인'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5) 임원이나 직원 모두 '법적 대리인'
  •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5.10.3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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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이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하지만 이해관계는 달라
임직원들은 당장의 보상을 원하지만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 ' 추구
회사 조직 내에 '주인처럼 일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회사는 강해져
조직 내 '주인처럼 일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회사는 강해지고,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는 대리인'이 많을수록 조직은 느려진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돌을 굴려 올려도 다시 내려오는'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조직은 언제나 구성원과 회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완전한 해법은 없다. 그 근본 원인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이다.

법적으로 회사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이지만, 현실에서 회사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임원과 직원은 회사의 이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하지만, 법적으로 그들은 '대리인'의 지위에 있다.

즉, 회사와 개인은 분리된 존재이며 이해관계도 다르다. 이 간극이 바로 모든 인사관리의 출발점이자 한계다.

'대리인 이론'은 원래 미국 경영학에서 주주(소유자)와 전문경영인 간의 이익 충돌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오너와 임원, 그리고 직원 전체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사는 생명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 구성원인 직원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물에 불과하다. 직원들은 근로계약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따라서 직원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업무만 수행하면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느끼기 쉽고, 회사의 장기적 이익보다는 당장의 보상이나 평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처럼 이해관계의 차이가 발생하면, 경영자는 직원의 행동을 조직의 목표와 정렬시키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리인 이론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회사는 어떻게 직원의 사익 추구를 통제하고, 법인의 이익과 일치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실제 경영현장에서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구체화된다.

첫째는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다.

경영자는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지만, 실제 현장의 세부 정보는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자는 직원의 실질적인 성과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직원이 자신의 업무만 보고하고 타 부서의 정보나 회사 전체의 위험을 공유하지 않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지식경영이 한때 주목받았지만, 공유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아 많은 기업에서 정착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이익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다.

회사는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지만, 직원은 당해 연도의 평가와 보상에 더 집중한다. 이 차이로 인해 단기성과 위주의 행동이나 목표조정, 보고 왜곡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구조적 긴장은 어느 조직에서나 존재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인사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셋째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이다.

직원은 회사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때로는 조직의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지시받은 대로 했다"는 인식이 반복되면 조직의 자율성과 책임의식은 약화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통제뿐 아니라 공정한 평가체계, 내부 소통의 투명성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넷째는 대리비용(Agency Costs)의 발생이다.

회사는 직원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감시와 통제 시스템을 운영한다. CCTV, 내부 감사, 성과평가 등은 모두 대리비용의 일종이다. 정해진 연봉 외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유도, 결국은 직원의 행동을 조직의 목표에 맞추기 위한 유인장치이다.

'대리인 이론'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그 극복을 위해서는 조직관리 모든 측면에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조직 내 '주인처럼 일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회사는 강해지고,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는 대리인'이 많을수록 조직은 느려진다. 공정한 평가, 투명한 목표 설정, 적정한 보상이 뒷받침될 때 직원은 자신이 '대리인'이 아니라 '공동의 주체'라고 느낀다. '대리인 이론'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조직에는 지금, 주인이 몇 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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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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