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 같은 초식동물들이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과도하게 번식해 식물훼손 심각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자 1995년 30여 마리의 늑대를 다시 공원 내에 풀어 놓아
늑대 피할 일 없던 엘크가 더 멀리 움직이며 다양한 먹이 먹자 버드나무 살아나

얼마 전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맑은 물에만 산다는 쉬리 등 다양한 물고기가 돌아왔다는 뉴스가 각종 언론을 장식했다.
이 반가운 소식을 접하며 미국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사례가 떠올랐다. 프랑스 교사들이 쓴 인문학 상식 백과 『5분 뚝딱 인문학 수업』(로랑 아베주 외 지음, 북스토리)에서 만난 이야기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옐로우스톤 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이다. 와이오밍주와 몬태나주, 아이다호주와 접한 이 공원은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거의 9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니, 서울특별시 면적의 14배가 넘어, 대한민국의 9% 넓이에 달한다. 얼른 안 들어온다면, 충청남도, 충청북도보다 넓다면 이해될까.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살아가던 이곳에는 화산과 온천, 간헐천이 많은 지역으로, 황 성분이 많아 주변 돌들이 노랗게 된 강을 보고 프랑스 탐험대들이 '옐로우스톤(yellow stone)'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지역은 1872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시절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당시는 생태주의의 고전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자연 보호 사상이 드높던 때였다.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서 상업적 개발로부터 자유로운" 장소를 만들기 위해 개발지상주의에서 예외적 지역을 둔 것이다. 한데 공장 건설은 물론 사냥도 금지하는 등 환경보호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뜻밖의 부작용(?)이 생겨났다.
1920년대 즈음 옐로스톤 공원 내의 마지막 늑대가 가축 보호를 명분으로 사살되었는데 엘크 같은 초식동물들이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과도하게 번식하면서 사시나무 같은 식물들이 훼손되자 연쇄적으로 자연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기에 이르렀다.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리스트에 등재되는 등 성가를 떨치기도 했지만 심각한 '변형'을 견디다 못한 공원 측은 1995년 30여 마리의 늑대를 다시 공원 내에 풀어놓게 된다. 이른바 '늑대 프로젝트'다.
또 다른 책인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웅진지식하우스)에는 이 조치의 놀라운 효과가 나온다. 이전에는 늑대를 피할 일이 없어 한 자리에서 버드나무를 씹어먹던 엘크들 숫자가 안정된 것은 물론, 더 멀리 움직이며 더 다양한 먹이를 먹자 버드나무들이 살아났고, 이에 따라 비버들이 번창하면서 시냇물이 바뀌고, 물고기 생태계가 활성화됐다.
물론 '늑대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전에도 흑곰, 퓨마 등에 의한 초식동물 개체 수 '자연조절'이 이뤄졌다든가 방생한 늑대들이 원래 이 지역에 살던 북서부늑대 아종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국립공원 주변 구역까지 늑대에 의한 재산피해가 잇따라 생기자 농장주들의 반발이 거세고 배상 문제 등의 문제가 생겨났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연간 300만 명이 이상이 방문하는 등 그 위상이 여전하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관심과 대책을 보여줌으로써 유효한 '생태계 보존 모델'로 자리 잡은 덕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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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