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내년엔 美에 불리한 결정 예상"…무역분쟁 격화 우려
미국은 2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가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책임을 인정한 것과 관련, 오는 18일부터 EU산 제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EU로부터 수입하는 항공기에 10%, 농산물과 공산품을 포함한 다른 품목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항공기 부품은 제외된다. 구체적인 관세부과 품목은 늦어도 3일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관세 부과는 WTO가 이날 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책임을 물어 미국이 연간 75억달러 규모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승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AP는 미국이 이날 WTO 판정에 대비해 관세를 부과할 상품 목록을 이미 준비해 두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관세부과 대상에 EU산 치즈, 올리브, 위스키는 물론 항공기와 헬기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USTR 관계자는 WTO 결정은 최고 100%의 관세율 부과를 허용하고 있지만, EU와 15년된 이 논쟁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관세율을 이 정도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AP는 이번 관세부과 조치는 EU가 에어버스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낮추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경제전문 TV채널 CNBC는 관세부과 규모가 WTO가 승인한 75억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면서 미국과 EU측 관계자가 오는 15일 무역협상을 위해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WTO의 결정에 대해 "미국을 위한 큰 승리였다"고 환영했다. 또 "모든 나라들이 오랜 동안 미국을 뜯어먹고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EU도 미국 항공사 보잉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WTO에 제소한 터라 미국 역시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AP는 "WTO는 보잉에 불리한 별도의 결정을 통해 EU가 (미국산 제품에) 얼마나 많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관해 내년에 판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결국 내년에 미국의 보조금 지급 문제를 둘러싼 WTO 판정이 나오면 EU도 징벌적 관세를 물릴 수 있어 관세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 담당 EU 집행위원은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영역을 살펴보고 있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을 포함해 가능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은 이번 WTO 결정이 있기 전부터 이미 EU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EU가 청바지, 오토바이, 버번과 같은 미국 특산물에 맞불 관세를 부과하는 등 통상 마찰을 빚어 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EU간 무역 갈등까지 커질 경우 세계 경제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드리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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