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1 04:30 (목)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2) 징계도 '공정'해야 한다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2) 징계도 '공정'해야 한다
  •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5.09.10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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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사유와 징계 처분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있는 균형이 필요
징계 절차 반드시 준수 해야 … 대표이사 독단징계와 이사회 의결은 무효
회사가 사심 없이 제3자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징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지난 호에서는 직원 징계의 대강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실제로 직원을 징계하려 할 때, 그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회사가 유의해야 할 점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즉, 직원이 징계를 불복하고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다투었을 때 "부당한 징계이므로 취소하라"는 판단을 피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징계의 정당성"은 크게 세 요소, 즉 징계 사유의 인정, 징계 수준의 적정성, 징계 절차의 준수로 요약된다.

첫째, 징계 대상 행위가 반드시 징계 사유로 인정돼야 한다. 대부분 취업규칙에는 구체적인 징계 사유들이 나열되어 있으며, 직원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규정에 없는 행위라 하더라도 회사 질서를 현저히 해치거나 회사에 실제 피해를 끼쳤다면 징계가 가능하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대부분의 회사는 취업규칙 징계규정 마지막 조항에 "기타 위 징계 사유에 준하는 행위"라는 포괄 규정을 두고 있다. 혹시 취업규칙 자체가 없는 회사라 하더라도 사회 상규에 비추어 직원의 징계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징계는 가능하다. 대법원이 "징계권은 취업규칙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에 본래적으로 주어진 권한"이라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징계의 수준이 과중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징계 처분의 선택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하되, 결코 자의적이거나 편의적으로 행사될 수 없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 징계 사유와 징계 처분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있는 균형이 필요하며, 경미한 행위에 대해 과도하고 가혹한 징계를 내린다면 이는 권리 남용으로 무효가 된다(대법원 1991.1.11. 선고 90다카21176 판결). 따라서 징계 시에는 단순히 행위의 위법성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종류와 정도, 반복 여부, 회사 내 질서에 미친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과거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례에서 어떤 징계가 내려졌는지도 참고해야 하고, 해당 직원이 지금껏 보여온 근무 태도, 성과, 회사에 대한 기여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회사 내 폭행 사건을 두고도 법원은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폭행의 원인, 누가 먼저 행위를 유발했는지, 폭행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근무 시간 중이었는지 아니면 회식 자리였는지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정당성 판단이 달라진다.

징계 정당성 여부가 판에 박힌 공식처럼 정리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회사가 매번 스스로를 제3자적 시각에 놓고 "이 수준이 과연 사회적으로 납득될 만한 것인지?"를 냉정히 따져보아야 한다. 다만, 견책이나 감봉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징계는 설사 직원이 억울함을 느낀다 해도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드물다.

셋째, 징계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이는 징계 정당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인사(징계)위원회 구성, 사전 통보, 소명 기회 보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누락되면 직원의 비위 행위가 아무리 무겁더라도 징계 전체가 부당한 징계로 판단될 수 있다.

가령 대표이사가 독단적으로 징계를 결정하거나 징계위원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것은 절차 위반으로 무효다. 또한 취업규칙에 명시된 사전 통보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다만, 통보 기간이 다소 촉박했더라도 직원이 실제로 출석하여 충분히 소명했다면 그 하자는 치유된 것으로 본다.

이는 법원이 징계 절차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와중에 예외적으로 완화된 태도를 보이는 드문 사례다. 한편, 취업규칙에 "소명 기회를 줄 수 있다"라고 기재돼 있어도, 일부 법원은 이를 "반드시 주어야 한다"로 해석한다. 따라서 회사로서는 직원이 출석해 직접 소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

결국 직원 징계가 정당한가, 부당한가의 해답은 단순하다. 그것은 곧 "회사가 사심 없이 제3자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징계를 했는가"라는 물음에 회사가 "Yes!"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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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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