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1 15:00 (목)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3) 황소 흉내내다 배 터진 개구리와 '차액지대설'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3) 황소 흉내내다 배 터진 개구리와 '차액지대설'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5.08.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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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 크게 보이려고 새끼들 앞에서 배에다 더많은 바람을 불어 넣다가 죽어
비옥한 토지의 생산성은 열등한 토지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차이 극복 못해
공급이 적을수록, 희소성이 강할수록, 그 생산요소 유지하는 비용도 올라가

새끼 개구리들이 숲속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난생 처음 연못 밖으로 나온 개구리들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때 풀을 뜯고 있는 큰 황소 한 마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오 저게 뭘까? 정말 크다."

모두들 처음 보는 동물의 이름이 뭔지 궁금했습니다.

"우리 아빠한테 물어보자."

새끼 개구리들은 서둘러 집을 돌아와 아빠 개구리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저희들 이상한 동물을 보았어요."

"그래? 어떻게 생겼니?"

새끼 개구리들이 그 동물은 머리에 뿔이 달렸고 덩치가 엄청 크다며 온 가족이 힘을 합쳐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떠들었습니다. 아빠 개구리는 도대체 그 동물이 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럼 내 몸보다 크니?"

아빠 개구리는 배에 바람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물이 훨씬 더 크다고 새끼들이 말하자, 아빠는 배에다 더 많은 바람을 넣었습니다. 그래도 아니라는 새끼들의 대답에 화가 난 아빠 개구리는 자꾸만 배에 바람을 넣다가 결국 배가 터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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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차이는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여러 모로 이롭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땅 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작은 개구리가 큰 황소를 보고 부러워 하며 몸을 부풀려 황소만큼 커지려다 결국 터져 죽음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맵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개구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황소와의 몸집 차이를 좁힐 수 없습니다.

괜히 큰 몸집을 흉내 내려다가 재앙을 초래했습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듯이 선천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차이는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여러 모로 이롭습니다.

이 우화로 중요한 경제학 이론인 '차액지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황소는 비옥한 토지에, 개구리는 열등한 토지에 각각 비유됩니다. 비옥한 토지는 본래부터 우월한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열등한 토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없고, 이런 선천적 조건의 차이 때문에 초과이익, 즉 '차액지대'가 발생한다는 게 차액지대 이론의 골자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이론을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차액지대는 19세기 영국의 고전학파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창한 개념입니다. 지대란 땅의 주인에게 지불되는 일종의 임대를 뜻하고, 차액지대란 토지의 생산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지대를 말합니다. 차액지대는 땅이 고정돼 있고 땅마다 비옥도와 지력이 다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가장 척박한 땅(한계토지)은 지대가 발생하지 않는데, 이에 비해 비옥한 토지에서는 그 비옥도에 따라 생산비가 적게 드는 데서 오는 차액으로 인해 지대가 발생한다고 리카도는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비옥도가 높은 1번 토지를 임대한 자본가가 10톤의 밀을 수확했다고 하죠. 그보다 못한 2번 토지를 임대한 자본가는 8톤의 밀을, 그리고 가장 메마른 3번 토지를 임대한 자본가는 6톤의 밀을 생산합니다. 밀의 시장 가격은 1톤당 1만원이고 각 자본가는 1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임금 및 경작 비용으로 4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시장에서 밀 거래가 이루어지면 각 자본가는 5만원, 3만원, 1만원의 이윤을 얻게 됩니다, 1번 자본가는 100%의 이윤을 얻지만 3번 자본가는 단지 20%의 이윤을 본 셈입니다. 똑같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얻게 되는 이윤은 각기 다릅니다. 시장은 이러한 불합리한 이윤 구조를 즉각적으로 시정합니다. 1번과 2번 토지의 소유자는 땅을 임대받기 위해 경쟁하는 수많은 자본가들 가운데 더 많은 임대료를 지불하려는 사람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땅 소유자들은 조만간 5만원이나 3만원이 임대료를 지불하려는 사람에게 땅을 임대합니다. 여기서 1번과 2번 토지의 소유자가 추가로 받을 수 있는 4만원과 2만원이 리카도가 '차액지대'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토지의 주인은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차액을 거둔 셈입니다. 한마디로 불로소득입니다. 부동산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을 불로소득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리카도는 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그에 따라 인구도 증가해 결과적으로 식량수요가 늘어날 경우 식량수요 증가분을 충당하기 위해 이제까지 경작하지 않았던 척박한 땅까지 경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리카도는 그러면 더 비옥한 땅에 지대가 지급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갈수록 더 나쁜 질의 땅이 경작됨에 따라 지대는 계속적으로 오르고 또 오르게 되었던 19세기 영국의 상황을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리카도 모델에서는 밀의 시장 가격은 가장 열등한 토지, 즉 한계토지에서 생산되는 밀의 생산비와 같아지기 때문에 밀의 가격 또한 계속해서 상승하게 됩니다. 곡물값이 오르면 노동의 자연가격, 다시 말해 노동자와 그 가족이 연명할 수 있는 생계비용도 올라갈 수 밖에 없죠. 말하자면 지대 상승은 자본가와 토지 소유자의 배만 불릴 뿐 일반 사람은 생계비 상승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차액지대설과 슈퍼스타 현상=차액지대론은 지대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으며 현대 경제학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비록 현대 경제의 복잡한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없지만 여전히 경제학의 기본 개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학 역사상 최초로 '한계'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리카도는 생산비와 판매수입이 일치해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토지를 '한계지'라고 정의했습니다. 한계지는 지대가 발생하지 않는 가장 열등한 토지를 말하고, 지대는 해당토지의 생산량에서 한계지의 생산량을 뺀 차이로 계산됩니다. 한계지의 생산성과 비옥한 토지의 생산성 차이가 바로 차액지대인 것이죠. 신고전학파는 토지 이외에 자본, 노동, 기술 등 다른 생산요소에까지 리카도의 한계 개념을 확장했습니다.

이들 생산요소의 공급이 고정된 경우 이에 대한 보수는 해당 생산요소를 현재의 고용 상태에 붙잡아 두기 위해 최소한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포함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공급이 적을수록, 희소성이 강할수록, 그 생산요소가 다른 데로 가지 못하도록 붙들어 놓기 위한 비용도 높아질 수 밖에 없지요.

만약 그 비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 생산요소를 더 이상 쓸 수 없습니다. 공급이 고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나 의사, 운동선수, 연예인 등 우리 사회의 몇몇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거나 방송에 섭외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비 외에 경쟁업체보다 많은 웃돈을 지불해야 가능합니다.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려는 경쟁 업체가 많을수록, 또 출연할 방송이나 광고가 시청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일수록 섭외 비용은 상승작용을 일으켜 연예인의 몸값은 오르게 됩니다. 이를 경제학에선 '슈퍼스타 현상'이라고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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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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