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에 앞서 유학 갈 대학의 강의 계획서와 도서 목록 입수해 1~2년 가르쳐

1977년 첫 장학생 선발에 나서자 대학가가 이내 술렁였다. 학자적 자질이 있는 우수 인재를 뽑아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학을 지원하고, 거기에 세계를 선도하는 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장학 사업은 이전에는 볼 수 없는 형태였다. 국비 장학생 제도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4~5년 뒤에야 태동했다.

이후로도 최종현이 한국고등교육재단에 대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엄청난 재원을 지원하면서 어떻게 아무런 조건이 붙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시선은 물론 재단에 선발된 장학생들도 "이면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재단은 선발된 장학생들에게 강도 높은 사전 교육을 했다. 한국 유학생들이 언어, 문화, 커리큘럼에서 뒤처질 것을 대비해 1~2년 준비 기간을 두고 철저히 가르쳤다. 학생들이 유학할 대학의 강의 계획서와 도서 목록을 미리 입수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유학 경험을 전수해줄 전담 교수도 지정했다. 최종현은 이 모든 것을 직접 기획했다.

최종현은 재단에서 선발한 장학생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바쁜 틈을 쪼개 장학생들을 집에 초대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토론을 즐겼다. 유학생들과 야유회 가는 길에는 언제나 승용차 대신 버스에 올라 이야기를 나눴다. 해외 출장을 가서도 만사 제쳐놓고 현지 유학생들을 불러 모아 저녁을 사주면서 고충을 듣고 위로했다.
일등 국가, 일류 국민 도약과 고도의 지식 산업사회 건설이라는 100년의 목표로 출발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세계적 석학 양성 프로그램은 2023년 2월 기준 861명의 박사를 비롯해 총 4,261 명의 장학생을 배출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