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6 17:10 (토)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➈ 1970년대 시작된 '과잉사회' 상품ㆍ광고 폭발 … 기업의 생존전략은?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➈ 1970년대 시작된 '과잉사회' 상품ㆍ광고 폭발 … 기업의 생존전략은?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5.08.0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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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직후 산업 시설 초토화되면서 상품 부족 시대 도래
25년 후 상품 과잉시대 돌입해 광고를 많이 해도 잘 팔리지 않아
상품뿐 아니라 광고매체도 넘쳐나 공중파 TV외에 신규언론 러시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산업시설은 초토화됐다. 상품이 부족한 시대가 됐다. 이제 만들면 팔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4반세기만에 세상은 다시 '과잉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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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뉴욕 증권거래소에 등록되어 있는 1500여 기업들이 해마다 5000가지 이상의 주요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그리고 추측건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신제품의 시장 진출은 이보다 많을 것이다. 말하자면 대략 400만에 이르는 미국 기업이 매년 내놓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수천만에 이른다는 것이다. … 전문 직종의 증가된 경쟁 환경을 한번 짚어보자. 10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변호사 수는 13만2000명 선이었다. 이제 그 수가 43만2000명 선에 달한다. 미국 의회 산하 기술평가국에 따르면 1990년에는 약 18만5000명의 의사가 남아돌 것이라고 한다."

현대 마케팅의 시작을 알린, 마케팅계의 전설적인 저서 《포지셔닝: 당신의 마음을 위한 전투(Positioning: the battle for your mind)》에서, 마케팅계의 전설적인 두 저자 잭 트라우트(Jack Trout)와 앨 리스(Al Ries)는 이렇게 말한다. 무슨 의미일까? 간단히 말하자. 상품이 너무 많이 생산되는 '과잉생산'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상품 폭발(Product Explosion)의 시대'였다. '광고쟁이'였던 그들은 이로 인한 '과잉커뮤니케이션(Overcommunication)'을 크게 우려한다.

우리가 그들의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확실한 현상 중 하나는 그들이 이 책을 쓸 무렵에는 이미 시장은 '과잉생산 시대'에 돌입했다는 사실이다. 그게 언제일까? 그들의 초판 책이 나온 것은 1981년이었다. 그럼 그때였을까? 아니다. 그 훨씬 전이다. 저자들은 책 서문에서 "1972년이 포지셔닝 컨셉의 원년"이라 말한다. 그해 4월과 5월 그들은 광고전문잡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에 '포지셔닝'이라는 주제로 3회의 시리즈 칼럼을 썼던 것이다.

■ "세계 16개 나라에서 500회 강연"

11981년 출간돼 ‘마케팅의 전설’이 된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저서 《포지셔닝》. ※자료=Internet Archive.
1981년 출간돼 '마케팅의 전설'이 된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저서 《포지셔닝》. ※자료=Internet Archive.

이 칼럼에 대한 기업과 광고업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그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기업인과 광고인이 모였고 그들의 소리를 경청했다. 그들은 책에서 "전 세계 16개국을 돌며 500회 이상 강연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사를 보완해 배포한 소책자가 무려 12만부를 넘어섰다고도 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차원에서 '대박'을 쳤던 것이다. 이후 '포지셔닝'이라는 이름은 기업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는 길'을 인도해주는 마케팅업계의 가이드라인이 돼 버렸다.

이제 다시 정리해 보자. 트라우트와 리스의 표현을 빌리면 ①'상품의 대폭발'이 일어난 시점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의 일이며 ②이로써 기업은 '고민'에 빠졌고 ③트라우트와 리스의 '포지셔닝'이라는 개념ㆍ이론ㆍ방법이 이 고민을 해결해주는 열쇠로 등장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두 사람이 세계 곳곳을 돌며 셀 수 없이 많은 강연을 하고 그들을 유명인사로 만들어준 이유도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첫째는 이것이다. '상품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했다. 그렇다면 그로써 생겨난 기업의 고민은 무엇일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품이 안 팔리면 기업은 무엇을 할까? 이 또한, 당연한 얘기겠지만, 물건이 안 팔리면 기업은, '뭔가'를 한다. 지금이야 이것저것 할 게 많았겠지만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별게 없었다. 기업이 물건을 팔려고 애를 쓰는 방법, 바로 '광고'였다.

문제의 시작은 그것이었다. 1960년대 말까지는 상황이 괜찮았다. 물건만 좋다면 그저 그런 광고 몇 개만 내보내도 문제가 없었다. 제품이 잘 팔렸던 것이다. 광고 내용에도 크게 신경 쓸 게 없었다. 우리 회사 제품은 이렇게 생겼고 이래서 좋다는 정도만 알려주면 됐다. 실제로 제품 개발에 기업이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싸고 튼튼하고 작동 잘 되면 '최고'였다.

그런데 1960년대 말 들어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예전과 같은 형식, 같은 분량만큼 광고를 내보냈는데 판매가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다. 광고비를 좀 더 쓰면 판매에 좀 도움이 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성비'가 떨어졌다. 기업의 고민은 컸다.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달라졌던 말인가? 기업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 트라우트와 리스가 등장했던 것이다.

■ 라디오에 TV까지 신매체도 '빅뱅'

1950년대 컬러TV 홍보 영상. ※자료=commons.wikimedia.org.
1950년대 컬러TV 홍보 영상. ※자료=commons.wikimedia.org.

둘째, '상품의 대폭발'로 기업은 물건이 안 팔리는 고민을 안게 됐다. 그런데 왜 광고도 안 먹히는 것일까? 광고는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가?

트라우트와 리스는 광고효과의 하락 문제를 '매체의 폭발'에서 찾는다. 상품뿐 아니라 매체도 '과잉'이라는 얘기였다. 그들이 내세운 근거를 보자. 상업용TV, 케이블TV, 유료TV, AM라디오, FM라디오, 조간ㆍ석간ㆍ일간ㆍ주간 등 다양한 신문, 대중ㆍ고급ㆍ전문지 등 다양하게 분류되는 잡지들…. 시시각각 바뀌는 요즘의 매체 환경에서 보면 헛웃음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모두 기세가 꺾여도 한참 꺾인 올드 미디어(Old Media)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달랐다. 라디오와 TV 등 전자매체는 그야말로 뉴 미디어(New Media)였다. 1901년 라디오 기술이 정립된 뒤 1920년에는 미국에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까지 생겼다. 이후 전쟁으로 급속히 보급된 라디오는 전후 미국인의 삶의 필수 도구가 됐다. TV의 발전도 눈부셨다. 기술은 이미 1910년대에 확립됐고 1930년대 들어 최초의 이미지 전송도 이뤄졌다. 생산만이 전쟁으로 미뤄졌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자 TV는 급속도로 확장됐고 1950년대 초에는 급기야 컬러TV까지 보급됐다.

트라우트와 리스는 이에 대해서도 답을 줬다. 왜 전처럼 광고를 해도 전처럼 팔리지 않는지, 어떻게 해야 물건을 팔 수 있는지. 아주 속 시원하게. 기업이 열광하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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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 ❙ 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 ❙ 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 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식민과 제국의 길』『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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