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언제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투자자 성향에 따라 투자상품 고르길
노후에 쓸 돈처럼 '장기 자금'은 '장기보유'해야 하는 주식이나 펀드가 적당해
어느 작은 섬에 황소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검은 풍뎅이와 점박이 풍뎅이는 황소 곁에서 소의 배설물을 먹고 살았습니다. 황소가 풀을 뜯어 먹고 똥을 누면 풍뎅이들이 서둘러 날아와 똥을 먹었죠.
그런데 겨울이 되자 소가 먹을 수 있는 풀의 양이 많이 줄었습니다. 소의 배설물도 점차 줄어 풍뎅이들도 먹을 것이 줄었습니다.
어느날 검은 풍뎅이가 점박이 풍뎅이에게 말했습니다. "이곳은 먹을 것이 적으니까 나는 육지로 건너가서 겨울을 나고 오겠어."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점박이 풍뎅이가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풍뎅이가 바다를 건너는 일은 큰 모험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은 풍뎅이는 위험을 각오하고 바다를 건너갈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떠나고 너 혼자 이 섬에 날아와 소의 배설물을 충분히 먹을 수 있지 않겠니? 만약 내가 육지에서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나중에 돌아올 때 많이 가져다줄게."
결국 검은 풍뎅이는 먼길을 떠났습니다. 여행은 아주 위험하고 힘들었습니다. 검은 풍뎅이는 고생 끝에 겨우 바다를 건너 육지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그곳에서 많은 먹이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살이 찌고 아주 건강해진 검은 풍댕이가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점박이 풍뎅이는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바싹 말라 있었습니다.
"육지에는 먹을 것이 아주 많았나 보구나. 근데 돌아올 때 먹을 것을 가지고 온다고 하고서는 왜 빈손이니?" 점박이 풍뎅이가 따지고 들자 검은 풍뎅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를 탓하지마. 어쩔 수 없었어. 육지에는 먹을 것이 아주 많았지만 여기까지 가지고 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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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원칙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점박이 풍뎅이는 노력을 하지 않고 검은 풍뎅이가 먹을 것을 가져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 스스로 행동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게 돼 있습니다. 때로는 어렵고 힘든 일을 겪어야 하고 위험한 모험을 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한 모험일수록 성공의 열매는 달고 값집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을 하거나 돈을 벌려면 투자를 해야 합니다. 돈을 은행에 가만히 넣어두고선 절대 돈을 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수익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검은 풍뎅이가 먹을 것을 찾아 모험을 했듯이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위험을 두려워하면 원하는 것을 얻기 어렵습니다. 많은 보상을 원할수록 위험은 커집니다.
은행예금, 적금같은 저축상품은 이자를 꼬박꼬박 주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말 것도 없지만 투자자산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익이 좋다고 덥석 물었다간 된통 당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금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입니다. 원금손실 가능성을 위험, 즉 리스크라고 합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도전하는 사람이 맛있고 풍성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투자의 세계입니다.
투자론의 기본을 한번 짚어보죠.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의미있는 공부입니다. 모든 금융상품은 '무위험 수익'과 위험을 감수하는 데 따르는 보상인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구성됩니다. 무위험 수익률은 투자하면 기본적으로 받게 되는 수익률이지요. 보통 위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국채수익률이 이에 해당합니다. 국채에 투자하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만기에 이자와 현금을 돌려받습니다. 국채 투자는 손실 가능성, 다시 말해 리스크가 없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에 비해 리스크 프리미엄은 투자 위험의 크기에 따리 얻게 되는 보상을 뜻합니다. 국채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제로인 상품입니다. 만약 무위험 수익률이 3%인 상품에 대해 5%의 수익을 기대한다면 리스크 프리미엄은 2%입니다. 리스크 프리미엄은 투자위험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수익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리스크도 커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투자의 대원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이는 모든 투자에 예외없이 적용되는 불멸의 원칙입니다. 이런 불멸의 원칙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리스크가 매우 큰 상품이지만 투자자에게는 무위험 이자율만 준다고 가정해보죠. 이런 상품에 가입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인기가 떨어지면 가격도 내려갑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기대수익률이 서서히 올라갈 겁니다. 동일한 상품을 싸게 사는 거니까 당연히 높은 수익률 기대치가 높아지겠지요. 가격 하락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생길 때까지 계속됩니다. 결국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원칙이 시장의 가격기능에 의해 자동적으로 실현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그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일반 예금보다 저축은행 금리가 높고, 채권보다는 주식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부도 가능성이 크고, 주식은 채권보다 시세변동에 따른 수익률 등락이 심합니다.
◇리스크의 최대 천적은 시간=투자상품은 속성상 저마다 리스크의 크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싱품에 가입할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투자자 자신의 성향입니다.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라면 주식이나 펀드같은 고위험 상품에 손을 대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손실 위험만 갱각하면 가슴이 조여오는 성격이라면 투자상품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괜히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은 상품에 투자했다간 건강을 헤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공격적 성향의 사람도 위험상품에 투자할 때는 위험을 누그러 뜨릴 수 있도록 장기보유를 해야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위험은 시간 앞에선 그 맹렬함이 눈 녹 듯 사라지게 돼 있습니다. 리스크의 최대 천적은 시간입니다. 물론 수익이 뒷받침되는 상품이라야 한다는 전제가 따릅니다. 망해가는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시간을 끌면 손실만 키웁니다.
운용할 자금의 성격도 성품 선택 때 빼놓을 수 없는 고려사항입니다. 노후 쓸 돈처럼 장기자금은 장기보유해야 하는 주식이나 펀드가 적당합니다. 결혼자금이나 자녀교육비처럼 오랜 시간 굴려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1년 안에 납부해야 할 아파트 청약자금을 주식에 투자했다간 큰 탈이 날 수 있습니다. 이런 돈은 은행예금이나 CMA같은 저축상품에 넣어야 합니다. 나이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은 공력적으로 위험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지만 나이가 많은 고령자가 그랬다간 스트레스에 시달려 수명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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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