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9 19:30 (토)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68) '재량근로제'의 선용과 남용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68) '재량근로제'의 선용과 남용
  •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5.07.1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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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등 업무의 특성상 일하는 방식과 시간을 근로자 스스로 정할 필요가 있을때 적용
출퇴근 시간 감시하면 위법 소지 … 형식적 서면 합의나 수당회피 수단으로 남용 안돼
재량근로제는 단순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넘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재량근로제는 단순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넘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나는 아니까, 다른 사람도 알겠지" 하고 착각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본 노무사도 회사의 노무 자문을 하다 보면, "어, 노동법 조문에 분명히 있는데, 왜 아직도 모를까?" 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량근로제"이다.

재량근로제는 1997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제58조 제3항)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8년 주 52시간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정해진 근로시간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연구개발, 기사 취재, 디자인 등 창의적 업무에서 대안으로 부각되었다.

가령, 제약바이오 회사 연구원을 생각해 보자. 신약 개발을 위해 흰 쥐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장시간 관찰해야 하는데,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이런 실험·연구개발 업무가 위법해졌다. 그래서 그 문제의 해소 방안으로 재량근로제가 갑자기 각광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 제도는 또한 금전적으로는 회사로 하여금 그러한 직원들의 "초과근무"에 따른 연장근무수당 지급 의무까지 면제해 주기도 하니, 동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반드시 제도의 개요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

첫째, 제도의 배경과 취지이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의 특성상 일하는 방식과 시간을 근로자 스스로 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업무 수행에 들인 시간만큼(법정 근무시간이 아닌)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도입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 자율성을 높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지만, 반사적으로 회사의 인건비 부담도 줄어든다.

둘째, "적용 가능한 직무는 무엇이 있는가"이다. 모든 직무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법령에 명시된 일부 직무에만 가능하며,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 △정보처리 시스템 설계·분석 △기사 취재·편성·편집 △디자인 △방송·영화 제작의 PD·감독 등이 포함된다. 회계, 법률, 특허 등 전문직도 포함된다. 단, 해당 직무에 해당하더라도 실제로 근로자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반드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구체적으로 지시한다면 재량근로제로 인정받기 어렵다. AI 시대를 맞아, 지금 우리 기업들은 이렇게 업무의 자율성이 인정되는 직원들의 비중이 늘어나는데,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재량근로제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셋째, 도입 절차를 알아야 한다.

먼저 직무가 제도 적용 대상인지 판단해야 하며, 가장 핵심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다. 근로자대표는 전체 근로자 대표가 아닌 해당 직무의 근로자대표이다. 합의서에는 대상 업무, 자율성 보장, 근로시간 산정 방식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또한, 취업규칙에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절차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재량권 보장을 전제로 해야 한다.

넷째, 제도 세부 운영 방안이다. 이 제도가 해당 직무의 직원들에게 업무의 재량을 줬다고 해서, 회사의 기본적인 업무 지휘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재량근로제 하에서도 회의나 진도 점검은 가능하다. 업무 성과에 따른 인사평가도 당연히 가능하다. 단, 방식이 중요하다. 결과 중심의 점검, 유연한 회의 운영, 비감시 목적의 피드백은 허용된다. 반대로 매일 고정 회의, 과도한 지시·통제는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

그럼 이 제도가 기업에 주는 이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첫째, 창의적 직무에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함으로써 업무 성과와 품질이 향상된다.

둘째, 출퇴근이나 연장근로 관리가 간소화되어 인사관리 부담이 줄고, 법적 리스크도 낮아진다.

셋째, 뭐니 뭐니 해도 초과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제도 오남용은 금물이다. 실질적 재량 없이 구체적 지시를 지속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감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 또한, 형식적인 서면 합의나 수당 회피 수단으로 남용하면 법 위반이 된다. 이런 점들만 유의해서 재량근로제를 운영하면, 이는 단순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넘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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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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