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9 19:30 (토)
김용태 트렌드 트레킹] (143) 신발 틀보다 '신어보는 용기'가 더 중요
김용태 트렌드 트레킹] (143) 신발 틀보다 '신어보는 용기'가 더 중요
  • 김용태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iast@mkyt.com
  • 승인 2025.07.1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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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이론, 관행은 분명 필요하나 개인의 판단과 창의성 억압은 문제
획일화된 학습과 통제적인 환경에선 창의력과 문제 해결능력이 떨어져

"정(鄭)나라에 차치리(且置履)라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발을 본뜬 탁(度)을 집에 두었다. 시장에 신발사러 갔는데 탁을 가지고 오는 것을 깜박 잊은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시장에 왔을 때 장이 이미 파하여 신발을 살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물어봤다. '직접 신어보면 될 것을 어째서 신어보지 않았소?' 차치리가 대답했다. '탁은 믿을 수 있지만 나는 믿을 수 없어서요.(寧信度 無自信)'"

2,000년 전 한비자가 기록한 이 우화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신어보면 될 것을 탁이 없으면 신발도 못 사는 차치리처럼, 우리는 여전히 무수한 '탁'들에 갇혀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육 분야지요. 지나치게 입시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 시스템에서 학생들은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보다는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푸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능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마치 자신의 발로 직접 신발을 신어보는 것보다 미리 만들어진 '탁'을 더 신뢰하는 차치리처럼 말이지요.

용기에서 진정한 혁신이 시작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입시 위주의 교육, 교사 중심의 수업, 획일화된 학습, 통제적인 환경,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OECD 국가 중 학생 삶의 만족도가 터키에 이어 꼴찌 수준인 6.36점을 기록한 것도 이런 탁 중심 교육의 결과겠지요.

조직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93.5%가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답했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55.8%가 '최근 3년간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고요. 위계질서와 수직 체계가 공고한 한국 기업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판단보다는 제도와 관행이라는 '탁'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지요.

문제는 탁 자체가 아니라 탁에 대한 맹신입니다. 제도와 이론, 관행은 분명 필요하지요. 하지만 그것들이 절대적 기준이 되어 개인의 판단과 창의성을 억압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 신어보는 용기'입니다. 기존의 틀과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용기 말이지요. 교육 현장에서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보다는 다양한 해답이 가능한 문제를 제시해야 하고,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식의 탁, 제도의 탁, 조직의 탁 속에서 창의성은 고갈되고 인간다운 삶은 시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성숙한 사회로 점프업하기 위해서는 탁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2,000년 전 차치리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제 직접 신어보는 용기를 가져야겠습니다. 용기에서 진정한 혁신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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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김용태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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