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경제협회·주한 일본대사 '日 불매운동이 타격' 직접 거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만남과 노력 쌓이면 땅 더 굳어"축사
무산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열린 올해 한일경제인회의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촉발한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경제가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일본 내부의 생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한경제협회 사사키 미키오 회장(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직접 언급하며 불매운동이 가라앉길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미키오 회장은 "한국에서의 불매운동 확산은 대단히 마음이 아프다. 일본 기업 뿐 아니라 한국 내 일본계 기업 등이 폭넓게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일본을 방문하는 국인이 많이 줄어 관광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매운동은 한일 간 비즈니스 관계에서 매우 절실한 문제"라면서 "한국에서 이번 갈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재구축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침착한' 의견도 적지 않게 있어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는 이번 갈등의 시발점인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한일 경제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불매운동 등으로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데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국교 정상화 4년 뒤인 1969년 시작한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렸는데 올해 회의는 한때 취소될 상황에 처했었다. 당초 올해 행사는 5월13∼15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양 주최 측이 3월께 일정을 기약 없이 연기했다가 지난달에서야 개최 일정을 정했다. 외교 관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열린 것이다.
참석자들은 정치·외교 갈등과는 별개로 경제·문화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축사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일본 속담(雨降って地固まる)을 인용하며 "한국과 일본에 똑같은 속담이 있는데, 오늘처럼 만남과 대화 노력이 쌓인다면 양국 관계가 비온 뒤 땅처럼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도 "감정의 응어리를 뛰어넘자"며 "한일 경제인의 협력· 관계를 통해 법과 정치·외교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실용성·포용력·합리성으로 풀자"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양국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다. 일본 언론은 현장에서 방송 연결 등을 통해 회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행사 이틀째인 25일에는 공동성명 채택과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됐다. 한일 양국 경제인들은 양국 갈등 개선을 위한 경제 교류·협력 강화 등을 성명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