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성공 방식에 갇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기업들도 적잖아
허수아비 앞에서 주춤거리지 말아야…'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란 인식을

어릴 적 하던 게임 중에 눈 가리고 장애물을 넘는 시합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물을 넘는 연습을 한 다음, 눈을 가리고 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가끔 재미있게 하려고 눈을 가리고 난 다음에 장애물을 치워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애물이 제거된 것을 모르는 사람은 허우적대면서 허공을 넘는데 그 모습에 모두 배꼽을 빼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날 많은 경영자들이 바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진 않을까요? 예전에 존재했던 장애물을 여전히 넘으려 애쓰며, 실제로는 이미 사라진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끼코끼리를 말뚝에 묶어서 키우면 1톤이 넘는 큰 코끼리가 돼서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깟 말뚝, 코끼리가 발로 툭 치면 뽑혀버릴 텐데. 어린 시절의 경험이 각인되어 성장한 후에도 그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거지요.

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갇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기업들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특히 격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경영자들에게 이런 덫은 더욱 위험합니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가끔 우리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것 중 95%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니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 셈이지요.
눈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눈은 우리를 속입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우리의 믿음과 경험이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진 세상일 뿐이지요. 진정한 혁신가들은 이 필터를 인식하고, 때로는 그것을 과감히 벗어던질 줄 아는 사람입니다.
허수아비가 아무리 진짜 사람같이 보여도 허수아비는 새를 잡지 못하지요. 우리도 허수아비 같은 것에 속고 있는 건 아닐까요? 기업 문화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관행, '우리는 항상 이렇게 해왔다'는 고정관념, 실패에 대한 두려움 - 이들은 모두 실체 없는 허수아비일지 모릅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향후 10년간 변하지 않을 것들에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불변하는 핵심가치와 원칙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지요.
비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비를 즐길 수 없습니다. 비에 젖어 본 사람만이 소나기의 낭만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에 젖지 않으려는 사람은 불행하게도 반쪽짜리 인생을 사는 셈입니다. 경영의 세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기업은 혁신할 수 없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리더는 진정한 기회를 잡을 수 없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모든 위대한 기업과 리더들은 역경의 시간을 거쳐 성장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고, 허수아비 앞에서 주춤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오늘, 작은 한 걸음을 툭 내딛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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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