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기관이나 국책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이 현재까지 제시한 전망치 중 가장 낮은 것이자 첫 0%대 성장률 전망이다.
KDI는 14일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상반기 0.3%, 하반기를 1.3%로 각각 전망했다. 연간으로는 0.8%다.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 1.6%를 석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KDI의 전망치는 해외 투자은행(IB)들과 같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 등은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들 IB 8곳의 평균 전망치는 3월 말 1.4%에서 4월 말 0.8%로 한 달 만에 0.6%p 떨어졌다.
KDI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대외 요인이 0.5%포인트(p), 내수 부진 등 내부 요인이 0.3%p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KDI는 이번 전망치는 중국에 30%,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나머지 국가에는 10%의 기본 관세가 부과되고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는 현행 수준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석 달 유예한 25% 관세를 부과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도 우려된다. KDI는 수출 환경과 관련해 "지난 2월 전망을 할 당시에는 4월부터 관세 부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내수와 관련해선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KDI의 경기 진단은 수출-내수의 동반 불황, 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수출의 경우 상품 수출(1.5%→-0.4%)과 수출 금액(0.5%→-3.8%) 등 기존 전망을 역성장으로 수정했다. 내수는 민간소비(1.6%→1.1%)·설비투자(2.0%→1.7%)·건설투자(-1.2%→-4.2%)에 대한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