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분 CJ제일제당에 넘겨 …"어민보다 주주 우선될 수 있어"

김에 기름과 소금을 발라 굽는 '한국형 조미김'을 처음 만든 김광중(金光重) ㈜삼해상사 창업주가 지난 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1935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조선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무역회사 영업 담당을 거쳐 1968년 서울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김 유통업을 시작하면서 '삼해상사'를 세웠다. 처음에는 김을 위탁 판매하다가 점차 공장과 창고를 사들여 비수기에 물량을 비축한 데 이어 김 가공을 시도했다.
당시 조미김으로 일식집에서 술안주로 파는 '일본식 조미김'이 있었지만, 간장을 발라 굽는 탓에 기름을 발라 구워 먹어 온 한국인의 식성에 맞지 않았다. 또한 여름철엔 습기 탓에 김을 못 먹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고인은 1981년에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와 계속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연구를 계속했다. 마침내 1982년 5월 기름과 소금을 발라 굽는 '한국형 조미김'을 만들어냈다. 이 제품은 인기를 끌며 시장을 커지자 대형 업체가 뛰어 들어 경쟁이 심해졌다.
이후 그는 조미김 제조를 접고 유통에 주력하다가 '명가김' 브랜드로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보다는 해외 수출과 주문 생산에 집중했다.
고인은 2005년 아들 김덕술씨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덕술 사장은 가업을 이어 김산업연합회를 설립하고, 김 관련 국제식품규격(CODEX)을 만드는 등 한국형 조미김을 세계적 수출 품목으로 키웠다. 2022년에는 김 수출 6억9000만달러 달성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광중 창업자 부자는 2019년 회사 지분을 CJ제일제당에 넘겼다. 김 시장 국제시장 환경에 맞추려면 기업을 상장해야 하는데, 상장할 경우 어민보다 주주가 우선될 수 있어서 대기업에 넘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 발인 12일 오전 7시40분, 장지는 천안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