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4:50 (화)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61) 조직 관리의 "미드웨이"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61) 조직 관리의 "미드웨이"
  • 권능오 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5.04.0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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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은 진시황의 '불로초 찾기'와 다름 없어
방향 못 잡는 것은 즉흥 아이디어에 기대거나 남의 회사 제도 무비판적 모방 탓
조직 관리의
조직 관리의 "미드웨이"는 각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진지하게 고민하여 찾아내야 할 문제이며, 누구도 해답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미드웨이"라고 하면,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일본에 크게 승리를 거둔 "미드웨이 해전"이 먼저 떠오르지만, 여기서의 "미드웨이"는 그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

문자 그대로 midway 즉,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의미한다. 멀쩡한 "중도"를 놔두고 왜 영어 단어를 썼느냐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중도"라는 말이 본뜻과 달리 그다지 좋은 어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도파"라는 말이 암시하듯, 중도는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싸움에 말려들기 싫어 줏대 없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다른 부정적인 뜻으로는, 이쪽도 잘못됐다고 하고 저쪽도 잘못됐다고 하면서 "훈장질"을 하거나, 더 심하게는 이랬다 저랬다 하며 "박쥐"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뜻하기도 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조직 관리와 인사 관리에서의 "중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조직을 관리하는 관점이나 목적, 수단을 너무 미세하게도, 또 반대로 너무 거창하게도 설정하지 않고, 그 중간 어딘가 타겟점을 잡아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기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과 회사는 크게 다르다. 학생은 자기 혼자만의 결단과 노력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목표를 가급적 크게 설정하고 (예: 위대한 과학자), 공부 방법은 100점을 목표로 하기에, 미세하고 세밀한 내용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여러 생각과 다양한 이익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고, 모든 역량을 조직 관리에만 쏟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미세한 정책 수단은 직원들과 경영진의 피로감만 쌓을 뿐이다. 반대로 너무 거창한 담론은 1년이 아니라 10년을 외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허무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미세한 수단의 예로는 잦은 조직 변경, 외부 컨설팅 기관에 거액을 들여 만든 인사 평가 제도가 너무 복잡해 평가를 받는 직원들이 "너무 복잡하다"며 대거 반발해 한 번 시행 후 없어졌던 인사 고과 제도, 원래 하루 단위로 주던 휴가를 직원 편의를 봐 준다는 명목으로 1시간 단위로 주는 제도를 만든 결과, 오히려 관리의 비율성만 초래하는 것,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매월 정기 포상 제도를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직원들이 모두 한 번씩 포상을 받아 더 이상 줄 사람이 없어 돌려먹기식으로 상을 받는 포상 제도 등이 있다. 또한 임기응변식 교육, 예를 들어 직장 내 성희롱 사고가 터지면 부랴부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고, 금전 사고가 터지면 그때서야 회계 관리 교육을 하는 등의 대증적이고 임시변통적인 교육도 여기에 해당한다.

거대 담론으로 우리 회사들이 빠져 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조직문화 혁신"이다. 조직문화는 그 정의조차 애매한데, 네이버를 찾아보면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황에 대한 해석과 행위를 불러일으키는 조직 내 공유된 정신적 가치를 의미하며, 한 조직 구성원의 행동을 유도해 구성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 의사 결정의 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공 여부에도 영향을 준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조직문화"는 그 개념이 복잡하고 추상적이다. 인사 관리론의 본고장인 미국의 대기업들조차 조직문화가 회사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거의 없는데, 우리 회사들은 이를 단숨에 바꾸겠다고, 회사 앞에 "바람직한 조직문화 건설…"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강당에 모여 무슨 결의 대회를 열고, 심지어 "조직문화 개혁팀"까지 만들어 하루아침에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고 한다. 이런 시도는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으며, 마치 진시황의 불로초 찾기 노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회사가 잘못된 미시적 방책이나 그 정반대의 거시적 담론에 매몰되어 방황하는 이유는, 각자 회사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즉흥적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남의 회사 제도를 무비판적으로 모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 관리의 "미드웨이"는 각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진지하게 고민하여 찾아내야 할 문제이며, 누구도 해답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마치 개인이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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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노무사
권능오 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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