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한 혁신은 뭘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뭘 뺄 것인가에서 시작

에어비앤비(Airbnb)는 이미 매리어트나 힐튼 등과 같은 전통 호텔 체인들의 기업가치를 뛰어넘었습니다.
두 청년이 단순한 웹사이트로 시작했던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 능력이 있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에어비앤비는 매리어트 같은 숙박업계의 공룡들을 뛰어넘고 글로벌 숙박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뺌의 철학입니다. 매리어트가 '채우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에어비앤비는 '버리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점이지요. 수십 년간 호텔 사업을 해온 매리어트는 고급스러운 로비, 컨시어지 서비스, 직원 훈련, 시설 관리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서비스의 일관성과 고급화를 추구한 반면, 에어비앤비는 여행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본질인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호텔 산업의 전통적인 요소들, 즉 건물 소유, 직접 서비스 제공, 표준화된 경험 등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이렇게 본질에 집중하는 '뺌의 철학'이 에어비앤비의 핵심 성공 요인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는 마케팅 접근법에서도 기존 호텔 체인들과 다른 방식을 취했습니다. 대규모 광고 캠페인이나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에 투자하기보다는 호스트와 게스트 간의 진정성 있는 연결과 실제 경험 공유를 통한 커뮤니티 중심의 마케팅을 선택했지요. 이는 단순히 '고객에게 도달하는 방법'을 바꾼 것이 아니라, 숙박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였습니다.
흔히들 마케팅을 채우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마케팅의 본질은 버리는 것입니다. 매우 단순한 구조로 만듦으로써 고객의 핵심가치를 충족시켜주는 작업을 마케팅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와 선택지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의 주의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히 버리고 핵심가치만을 전달하는 접근법이 더욱 효과적인 이유입니다.
동양 철학에서도 이러한 '뺌'과 '버림'의 지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자(老子)의 글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깨달은 자는 빛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빛나고,
자신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존경받으며,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원치 않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고,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권력이 있고,
대항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에게 맞서지 않는다."
뺌의 철학은 현대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복잡성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하며, 과감히 버림으로써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혁신은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이 미래 비즈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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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