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0년간 매출 50대 자리를 계속해서 지킨 상위 대기업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삼성물산·LG화학·현대건설·대한항공 등 7곳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1984년~2023년 40년간 상장사 매출 상위 50위 대기업 변동 분석'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 발표는 조사 대상 시기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중화학공업화, 글로벌화 등이 숨 가쁘게 진행되던 때여서 조사 대상 기업들의 부침도 그만큼 격심했음을 알게 해준다.
그 같은 사실은 1984년 매출 50위에 이름을 올렸던 대기업의 약 86%인 43곳이 40년이 흐른 지난 2023년 '매출 TOP 50 클럽'에서 빠지거나 아예 주인이 바뀐 점 등이 잘 말해 준다.
반면 40년 동안 주인이 바뀌지 않고 매출 50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기업은 모두 7곳에 불과했다. △삼성전자(1984년 8위→2023년 1위) △현대자동차(15위→3위) △LG전자(9위→8위) △삼성물산(3위→2018년 11위) △LG화학(18위→14위) △현대건설(4위→19위) △대한항공(11위→21위) 등이다.
조사 대상 기업은 금융 업종을 제외한 제조 및 서비스 관련 업체들로 연도별 매출 상위 50위 내 상장 기업들이다. 매출은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며 중간에 경영 악화 등으로 주인이 바뀐 곳은 40년 연속 50위 기업 조사 대상에서 최종 제외했다.
1984년 당시 국내를 대표하는 매출 50대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34조 원 수준이었는데 2023년에는 1044조 원으로 40년 새 30.4배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또한 TOP 50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기준도 1984년에는 매출 2,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3년엔 5조 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확고하게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출이 1984년 1조3,615억 원에서 2023년 170조3,740억 원으로 40년 만에 130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 매출 211조 원을 달성해 국내기업 최초로 매출 200조 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2년~2023년 사이 22년 동안에는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며 위력을 과시해 왔다.
삼성물산은 1985년 처음 1위를 기록한 뒤 2001년까지 16년 동안에 총 14번이나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1위를 확고히 차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물산이 명실공히 대한민국 매출 1등 기업으로 활약했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몇 년간 '톱 3'에 이름을 올렸으며, LG전자 역시 금성사 시절부터 매출 50위 자리를 계속 지켜왔다.
반면 ㈜대우, 국제상사, 동아건설산업, 삼환기업 등과 같이 1984년 당시만 해도 매출 상위 50위에 보란 듯이 이름을 올렸던 대기업 중 약 86%인 43곳이 2023년엔 순위권 밖으로 밀리거나 아예 주인이 바뀌는 부침을 겪었다.
건설업체도 부침이 컸다. 1984년 당시 국내 매출 50위에는 건설사가 14곳이나 이름을 올렸었다. 하지만 2023년엔 3곳만 상위 50위에 올랐다.
섬유패션업체나 식품업체도 상위권에서 대개 밀려났다. CJ제일제당의 매출 순위는 1984년 26위, 2023년 35위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엔 50위권 밖으로 밀리는 등 40년 연속 50위 기업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매출 50대 클럽에서의 업종별 부침도 흥미롭다. 전자·정보통신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은 1980년대에는 이름을 올린 기업이 5곳 안팎에 불과했지만 2023년엔 10곳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1980년대엔 운송전문업체가 2~3곳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2020년대엔 6~8곳 정도로 많아졌다. 석유화학과 에너지, 자동차와 유통 업종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한편 그룹별로는 2023년 기준 매출 상위 50위에 삼성그룹 계열사가 7곳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각각 6곳, SK그룹은 4곳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쟁쟁한 50대 기업들도 적절한 시기에 혁신과 변화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리더를 내부에서 계속 육성하거나 외부에서 영입해 변환기에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