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37년간 재직하며 TV 사업의 19년 연속 세계 1위 기록을 이끈 주역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삼성전자가 한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의 '투톱 체제'를 공식 복원한 지 엿새 만의 비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종희 부회장은 휴식 중 갑작스런 심정지로 세상을 뜬 것으로 알려졌다. 1962년생인 한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로 삼성전자 TV의 19년 연속 세계 1위 기록을 세웠다. 평사원으로 출발해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충남 천안고교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LCD TV 랩장, 개발그룹장, 상품개발팀장, 개발실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을 맡는 등 30여년간 TV 개발 부서에서 일했다.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TV부터 PDP TV, LCD TV, 3D TV, QLED TV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TV 개발에 참여하거나 주도했다.
2021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해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을 맡으며 TV뿐 아니라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여러 제품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이끌며 전자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2022년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지난해 "다음 타깃은 '강한 성장'"이라며 메드텍, 로봇, 전장, 친환경 공조 솔루션 등 4가지 핵심 영역을 제시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썼다.
2022년부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을 맡아 디지털전환 시대에 맞춘 전자업계의 사업 재편 지원과 미래 전략 정책 제안 등의 역할을 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주총이 끝난 뒤 중국 출장길에 올라 가전 전시회 'AWE 2025'를 방문해 거래선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생활가전(DA)사업부장도 맡은 부회장은 오는 26일 신제품 공개 행사인 '웰컴 투 비스포크 AI(인공지능)'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삼성전자의 AI 홈 비전과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유족으로 부인과 2녀1남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 발인은 27일,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