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3 00:25 (수)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2) '상대적 빈곤감'이 낳은 참사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2) '상대적 빈곤감'이 낳은 참사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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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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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의 개가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모른채 욕심 냈다가 고깃 덩어리 잃어
행복지수 1위 부탄, 국경 없는 인터넷 사용하면서 젊은이들 선진 사회의 풍요 동경
경제 발전의 '일정한 단계' 이루면 빈부격차 문제 해결과 복지 정책 확대가 큰 과제

개 한 마리가 우연히 고기 한 덩어리를 주웠습니다. 개는 커다란 고기를 얻게 되자 몹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고깃덩어리를 물고 신이 나 달려갔습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혼자 맛있게 고기를 뜯어 먹어야지."

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다 다리를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다리를 건너던 개는 문득 강물이 흐르는 다리 밑을 내려다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리 밑에는 자기보다 더 큰 고깃덩어리를 물고 있는 개가 보였습니다. 개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 놈의 고깃덩어리가 더 크잖아? 저것을 빼앗아야지."

다리 위의 개는 강물에 비친 개의 고깃덩어리를 빼앗으려고 큰소리로 위협하면서 사납게 짖었습니다.

"멍멍."

다리 위의 개가 큰소리로 짖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는 바람에 물고 있던 고깃덩어리가 그만 강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리 위의 개는 놀라서 강물을 바라보았습니다. 강물에 비친 개의 입에서도 고깃덩어리가 사라져버리고 없었습니다. 다리 아래의 개는 다름아닌 자기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다리 위의 개는 욕심을 부려 고깃덩어리를 빼앗으려고 하다가 자신이 물고 있던 고깃덩어리조차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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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의 개처럼 비교의 대상이 생기면 욕심을 부리게 되고 자신이 소중하게 지켜온 것마저 잃어버려 불행해진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행복지수 세계 1위 부탄이 불행해진 이유=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앞세우기 때문인데,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경험을 해보았지 싶습니다.

다리 위의 개처럼 비교의 대상이 생기면 욕심을 부리게 되고 자신이 소중하게 지켜온 것마저 잃어버려 불행해집니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습니다. 2010년만 하더라도 행복지수 세계 1위로 유명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8년 후인 2019년도 조사에서 행복지수 순위가 95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여기에는 여러 복합적인 사연이 있습니다. 부탄은 국가의 부를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민행복지수(GNH)를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채택했습니다. 경제 발전이 불교적 전통 문화에 기초해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2007년 12월부터 2008년 3월 사이 12개 행정구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72개 항목에 구성된 GNH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15년에는 전체 인구의 2~2.5% 정도인 8500명을 조사했는데, 74%가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탄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가 된 계기는 2010년 유럽신경제재단(NEF)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부탄의 순위가 불과 6년 후인 2016년엔 56위, 2019년엔 95위까지 떨어졌습니다. 부탄의 국민 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났음에도 행복지수는 급락한 것이죠.

애초 부탄은 전통 문화를 파괴한다는 우려 때문에 TV와 인터넷 등 선진 문물의 사용을 전적으로 금지하다가 1999년 이를 전격 허용했습니다. 휴대전화는 2003년 허용돼 많은 젊은이가 개방의 물결 속에 살게 됐습니다. 젊은이들은 국경 없는 인터넷, SNS 등 정보의 바다에서 첨단기기를 통해 주변에 잘 사는 국가들의 편리함과 발전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현상 유지와 정신적 행복을 고집하던 국가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고 젊은 층의 불만도 커지게 됩니다.

부탄 국민들은 자기들끼리는 가난이 뭔지 모르고 마냥 행복했지만 외부 세계의 문물이 들어오고 그들의 발전상과 비교하며 자국의 실상을 뼈저리게 알게 됐습니다. 부탄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면서 싹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개방화·국제화 시대에 영원히 우물 안의 행복한 개구리로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부탄 사람들은 가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과 비교하면서 '상대적 빈곤'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행복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상대적 느낌입니다. 얻는 것이 많을수록 느끼는 행복이 작아지게 마련입니다. 베버-페히너 법칙의 상대성(이솝경제학 '부자와 가죽장이' 참조)이 행복에도 작용한다는 말입니다.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오직 비교를 통해서만 인식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할 때도 행복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단지 마음속에 행복을 감지하는 감성이 무뎌졌을 뿐이죠.

◇자본주의의 고질병 '상대적 빈곤'=사실 상대적 빈곤은 자본주의 경제의 커다란 골칫거리입니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남과의 비교가 일상화하다 보니 상대적 빈곤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간은 기초적인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식주의 기본수요를 충족하면, 즉 '절대적 빈곤'을 해결하게 되면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이는 돈이 없어 차를 살 수 없다면, 그는 설령 먹고 사는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 빈곤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신의 소득이 그 사회의 평균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뭔가 억울하게 빼앗긴 듯한 정서 상태에 놓인다고 합니다. 이런 계층의 사람들을 상대적 빈곤층이라고 부릅니다. 선진국에서는 가구소득이 평균소득의 50% 이하인 주민은 상대적 빈곤층이라고 합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평균소득이 3분의 1이하인 층을 상대적 빈곤층으로 분류합니다.

상대적 빈곤은 소비주의 문화 속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남과 비교해 가진 것이 적다고 느끼면 자신감을 상실하고 심한 경우 좌절감을 넘어 우울증에 이르게 됩니다. 강물에 비친 다리 위의 개처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정신적 폐해가 심해집니다. 빈부격차와 계층간 차이로 인한 상대적 빈곤감이 사회 전체에 만연하면 경제가 활력을 잃고 나라 발전이 어렵게 됩니다. 정부가 경제 발전의 일정한 단계를 이루고 나면 빈부격차 문제와 복지정책에 역점을 두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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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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