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한국 기업인으로는 최초로 1994년 중국 최고지도자 장쩌민 접견
SK가 외국기업이 아닌 중국 내부기업이라는 '차이나 인사이더'전략 빛나

"30년 앞을 보고 중국에 투자를"
1988년 7월 7일 <조선일보> 시론에 기고한 최종현의 칼럼 제목이다. 그는 '88올림픽'을 전후해 동서 해빙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을 때, 중국과 한국이 곧 수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미 그보다 훨씬 오래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하고 미국 하와이 대학교 동서문화센터와 시카고대학교 교수 등 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이해와 진출 구상을 끊임없이 가다듬었던 그였다.
중국 진출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온 선경은 1988년부터 중국 본토에 지사를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1989년 7월 베이징 국제박람회에 참가해 호평을 받은 바 있었고,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등 각종 체육행사를 지원해 중국 각계각층에 우호적인 기업으로 인식을 선점하였다.
또한 1990년에는 SKC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방된 지역인 푸젠(福建)성에 인데센(永德信)그룹과 비디오카세트테이프 합작 공장을 세운 바 있다.

특히 인데센 그룹은 1997년부터 SK의 'SUPEX 추구법'을 도입, 성공을 거둔 뒤 이를 전 계열사에 적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전인 1991년 2월 중국 베이징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이뤄진 일이었다.
대한민국은 1992년 8월 24일 중국과 수교를 체결했고, 이때 최종현과 선경은 민간 외교 라인으로 상당한 공을 세웠다. 선경은 중국 정부의 인적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한중 수교 체결의 막후 역할을 한 것이다.
1994년 3월 9일 최종현은 한국 기업인으로는 최초로 중국 최고 지도자 장쩌민(江澤民)을 접견했다. 선경이 한중 수교에서 민간 가교 역할을 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한국 경제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국 내 제2의 SK그룹 건설'과 '중국은 내수시장'이라는 비전을 밝혀 장쩌민의 큰 호감을 이끌었다.

최종현은 중국 투자의 원칙으로 '상호 신뢰', '상호 협력', '상호 호혜' 등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특히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3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종현의 탁월한 선견지명은 오늘날 SK의 중국 진출로 그대로 이어졌다. 2005년 최태원 회장은 SK가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아니라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중국에 다시금 투자하는 중국 내부 기업이 되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추진했으며, 2010년에는 중국 내 지주 회사인 SK차이나가 출범했다. 1988년 "30년을 내다보고 중국에 투자해야 한다."라던 최종현의 지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