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놓은 첫 경기 진단에서 경제심리가 위축돼 하방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소비·투지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아서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각종 송년 모임과 행사가 취소돼 '연말 특수'가 실종된 모습이다. 일부 국가가 한국을 여행위험국으로 지정하면서 해외 관광객도 줄었다.
11월호 그린북에서 언급한 '완만한 경기회복세' 표현도 이달에는 빠져 경기 진단이 더 어두워졌다. 11월호에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던 표현이 이달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바뀌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 반영됐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인 하방위험과 경제에 미칠 영향은 추후 이를 반영한 지표 등이 나온 이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달 그린북에서 '계엄'이나 '탄핵정국' 등의 단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기재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포함된다"며 "유사한 상황이 있었던 2016년 당시 그린북의 문구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2016년 12월 그린북에는 "국내적 요인에 의한 소비·투자 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확대 우려가 있다"는 진단이 담겼다. 당시에도 정치적 상황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경기는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미약한 모습이었다. 3분기 민간소비는 2분기 대비 0.5% 증가했다. 10월 소매판매는 준내구재(4.1%)와 비내구재(0.6%)가 늘어난 반면 내구재가 5.8% 줄어 9월보다 0.4% 감소했다.
정부는 11월 소매판매에 대해우 신용카드 승인액과 할인점 매출액 증가는 긍정 요인, 승용차 내수판매량과 백화점 매출액 감소는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10월 설비투자 지수도 기계류(-5.4%)와 운송장비(-7.2%)에서 투자가 줄어 9월보다 5.8% 감소했다. 10월 건설기성은 건축공사(-1.9%)와 토목공사(-9.5%)가 감소하면서 9월보다 4.0% 줄었다. 수출은 11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1.4% 늘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대외신인도를 확고하게 유지하는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민생안정 지원방안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