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녹음을 하게 된 이유, 사생활 침해여부 등을 고려해, 불법성과 징계여부 판단해야

요즘 스마트폰 기기들 중에는 통화 중 자동녹음기능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기종이 많고, 스마트폰의 이런 녹음기능은 비단 통화 녹음 뿐만 아니라, 외부 녹음 기능도 뛰어나, 강의 중 강의 내용이나, 각종 계약 행위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하곤 한다.
만약, 사내 어떤 직원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녹음기능을 이용해서, 직원들 간의 대화나 회의 내용을 당사자나 회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녹음 했을 경우, 회사는 어떻게 이에 대응할 것인가?
요즘, 직원들의 이러한 "비밀녹음" 또는 "무단녹음"(그중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습관적으로 녹음하는 직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음)과 관련한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아예 회사 취업규칙에 "직원은 회사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내에서 녹음을 하거나, 녹화를 할 수 없다"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 시 징계사유로 삼는 회사도 있지만, 그런 규정의 존재 여부와는 별도로,
회사가 직원의 허락 받지 않는 녹음행위에 대해 "불법" 또는 회사 취업규칙 상 "회사 비밀누설 금지" 규정이나 "직장업무질서 유지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그 행위를 징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는 회사가 이에 대한 법리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우선, 대표적 관련 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은 동법 제3조1항에서 "누구든지(중략)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 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비밀녹음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비밀녹음행위" 모두가 불법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대법원이 확고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째, "공개된 대화" 녹음은 합법이고, 설사 공개되지 않았더라도 "녹음 당사자가 '대화 참가자'일 경우에는 비록 녹음자가 미리 대화참가자들에게 녹음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녹음은 불법이 아니다"라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 따라서, 두 사람만의 대화는 녹음 당사자가 당연히 대화자이므로 합법이고, 3인 이상 대화도 녹음자가 만약 그들 중 대화자라면 비밀녹음행위는 합법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비밀 녹음"이 불법행위가 되려면,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녹음 당사자가 대화 참가자도 아니면서" 녹음했을 경우이어야 한다. 참고로, 실제 사건에서는 비밀녹음자의 대화참가 여부보다는 "대화의 공개성" 여부가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판례에 따르면, "학부모가 참관하는 교실수업은 '비공개 대화'여서 녹음행위는 불법이다"라는 판례가 있는가 하면, "회사 사무실에서의 직원들끼리의 단순 대화는 '공개된 대화'이라는 이유로 합법적이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둘째,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녹음 당사자가 "대화참가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녹음했다"고 해서 모든 녹음이 불법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이 같은 경우, 녹음자 입장에서 비밀녹음의 불가피성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직원 1명이 동료 직원 4명에 대해 사무실에서 그들의 대화를 비록 비밀녹음 했을지라도, 녹음내용이 사생활의 비밀이 아닌, 일상적인 업무대화를 단기간 녹음한 것에 불과하여 위법이 아니다"라는 법원 판결도 있고, "회사가 비상 상황에 빠져, 그 타개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녹음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 사례도 있다. 따라서, 직원들 중에 비밀녹음한 직원이 적발됐을 경우, 회사의 대응은 위 대법원 입장을 기초로 하되, 세부적으로는 비밀녹음을 하게 된 이유, 녹음된 내용, 사생활 침해여부, 녹음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법성과 징계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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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