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비상계엄 사태가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며,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동철 원장은 11일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예상치 못했던 정치 상황 변화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해외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이 불안해지고, 당장 투자를 꺼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고,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지금 상황은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왔고, 현재 대외순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5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일주일간 주가나 환율에 변동은 있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과거 비슷한 탄핵 상황에서도 경제 부분은 큰 흔들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과 관련해 "2% 안팎이지만, 내려가는 흐름인 것은 틀림없다"고 진단한 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노동시장 구조개혁, 교육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내내 정부와 KDI의 내수 경기 진단이 엇갈렸던 데 대해선 "작년 하반기부터 내수가 조금씩 회복되기는 했지만, 우리가 예상한 것만큼 원활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며 "같은 지표를 보더라도 정부와 KDI의 기준선이 달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날 야당이 수정한 감액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선 "일반론적으로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 내수에 긍정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선 "정치변수에 달린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조 원장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의 파급효과에 대해선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장벽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틀림없는 부담"이라면서도 "중국 견제 전략으로 인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