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불만 표시하면 분석 없이 일단 제도부터 뜯어 고치려는 회사도
평가제도를 잘 만들면, 회사가 더 성장할 것이란 생각은 희망사항일뿐

일반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업무 평가제도는 아주 소규모 회사가 아닌 한, 직원관리에 있어서 필수적인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직원수가 대략 20명이 넘어가면, 대개의 회사는 평가제도 도입을 생각하는데, 도입의 목적을 물어보면, 원래 평가제도의 고유 목적, 즉 "직원들의 교육, 연봉책정, 승진, 퇴출에 이르기까지 객관적 판단 근거로 삼는다"를 다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왜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어떤 평가제도를 갖출지에 대한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회사는 잘 찾아 볼 수 없다.
평가제도를 도입한 회사도 직원들로부터 평가제도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 기존 제도에 대한 장단점 분석 없이 일단 제도부터 뜯어고치려는 회사도 많다. 평가제도에 대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해가 다소 부족한 점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직원들이 평가제도에 불만을 가지는 것에 대한 착각이다. "평가제도가 문제이다"라고 불만을 호소하는 직원들은 대개 "보통"평가나 낮은 평가를 받은 직원들인데, 자기 탓을 하기가 뭐하니까, 평가제도 탓을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회사 직원들은 "우수"평가를 받지 않고 "보통"평가를 받으면, 사실 월급 값을 했기에 그런 평가를 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저평가를 받았다"라고 인식한다.
회사는 그것도 모르고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면, 이를 평가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착각하고, 제도를 자꾸 뜯어고치려 하는데, 답도 없는 문제에 오답을 자꾸 내는 셈이다.
둘째는, 평가제도를 무슨 기계설계도처럼, 어려운 영어까지 넣어가며,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야 객관적이고 잘 만든 평가제도라고 착각을 한다. 평가제도는 사후에 직원을 평가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전 목표 설정 기능도 있기 때문에, 제도가 간명해야 직원들이 "아, 내 목표가 이거구나"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데, 회사들은 이 부분을 종종 간과한다.
특히, 외부에서 평가제도를 수립해주는 컨설팅회사에 제도 수립을 맡기면, 대개는 매우 복잡하게 설계된 제도를 납품받을 것이다. 일견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야, 제도설계에 대한 컨설팅 수수료 값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 재직 인원이 고작 20~30명 정도인데, 복잡한 평가제도를 가진 회사들은 대개 이렇게 평가제도를 만든 것이다.
셋째, 평가제도는 1차적으로 직원을 평가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결국은 회사 성장에 기여를 해야 하는데, 평가제도가 잘못 운영되면 회사를 쪼그라들게 할 수 있다.
어느 외국 경영학자는 아예 "평가제도가 회사를 망친다"면서 이 문제점을 크게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직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목표달성이 어려운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전혀 안낼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매출목표를 축소해서 제출한다는 것이다.(평가점수는 결국 목표대비 얼마나 달성했냐로 부여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진행돼 나중에 보면 결국 평가제도 때문에 회사 규모가 점점 찌그러진다. 정말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이다.
넷째, 위 3번째 평가제도의 이런 위험성을 도외시하고 "좋은 평가제도를 가지고 있으면 회사가 성장한다"는 신념을 가진 경영자들이 있다. 이런 회사들의 평가제도를 보면, 이게 과연 직원들의 평가를 위해 만든 제도인지, 아니면, 경영자나 인사팀이 "우리는 이런 평가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과시용으로 만든 제도인지, 그 목적 자체가 의문이 드는 평가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회사일수록 회사가 잘 안 돌아가는 이유를 "평가제도 탓"으로 돌리면서 제도를 자주 바꾸고, 그 내용도 복잡하게 만든다. 평가제도는 기존 직원들의 업무성과에 대해 최대한 합리적 계측을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한다는 의미에 머물러야한다. "평가제도를 잘 만들면 직원들이 더 노력할 것"이라든지, "평가제도를 잘 만들면, 회사가 더 성장할 것이야"라는 생각은 잘못되거나 과대 포장된 희망사항이다. 만약 그런 목적을 노린다면 다른 직원 관리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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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