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이 5000억원대의 주식을 매각한다. 김범석 의장의 보유 지분 매각은 2021년 3월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처음이다.
쿠팡은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김범석 의장이 자신이 보유한 '클래스B' 보통주를 '클래스A'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 1500만주를 매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보유 주식 200만주는 자선 기부한다.
쿠팡 측은 매각 사유에 대해 "납세 의무를 포함한 상당한 재정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측은 김범석 의장이 이번 주식 매각과 기부 이후 남은 1억5780만2990주를 계속 보유해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내년까지 추가 주식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클래스B 보통주는 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을 가진 주식으로 김 의장만 갖고 있다.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보통주는 1억7480만2990주이고, 매각과 기부 계획을 밝힌 주식 수는 9.7%에 해당한다.
이날 종가(주당 24달러)에 맞춰 원/달러 환율 1400원으로 계산하면 매각액은 5000억원을 넘는다. 주식 매각 절차는 오는 11일 시작해 내년 8월 29일까지 마칠 예정이다.
주식을 매각하고 기부한 뒤에도 김범석 의장의 쿠팡 최대 주주 지위와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김 의장의 단순 지분율은 9.77%로 추정되는데, 의결권을 기준으로 한 지분율은 75.8%다. 주식 매각과 기부 후 단순 지분율은 8.8%,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73.7%로 낮아지지만 최대 주주 지위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법은 기업 임원이 내부 정보 등을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매각할 주식 수량과 기간 등을 확정해 미리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김 의장이 주식 매각 계획을 공개한 것은 이 의무 규정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선 전체 매각 규모로 미뤄 세금 납부 목적 외에 차익 실현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측은 주식 자선 기부가 한국을 포함한 국내외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하면서도 김 의장이 어느 국가에 세금을 낼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는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이고 매각 대상이 미국 주식인 점을 근거로 미국에 대한 납세액이 클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