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대한 열등감,또는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 사람과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소아마비라는 병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 소아마비를 앓은 사람은 성장하면서 다리가 자라지 않는 병이지요. 다른 부위는 성장하지만 소아마비를 앓은 부분은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다리에는 힘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치는 육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어릴 적 겪은 마음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부위가 자라나지 못하고 아이의 상태로 남아있게 되는 거지요.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성인 아이(inner child)라고 부릅니다. 즉, 성인이 되었는데도 아이 때의 모습이 극복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는 겁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열등감을 갖게 하고, 그것이 심해지면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되는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심해서 사회공포증으로까지 발전되는 경우도 있고요. 히틀러는 어린 시절 가졌던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이라는 성인 아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반면 어린 시절 칭찬을 받았던 작은 성공은 사회생활에서도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왜냐면 그와 비슷한 일을 할 때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성인 아이가 남아있으면 일을 잘할 수 없습니다. 육체적 장애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듯이 심리적 장애 때문에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에너지가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또 사람을 부정적이고 냉소적으로 만들고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하여 가정 내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일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경우라든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라든지,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등을 분석해보면 성인 아이가 원인이 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보면 의외로 성인 아이가 원인이 됩니다. 자존심 때문에, 또는 이상한 고집 하나가 남들이 보기에도 이상한 결정을 내리면서 어려운 국면으로 가버리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지요.
물을 어느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듯이 똑같은 문제도 사람마다 생각의 틀에 따라 해석과 처방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성인 아이가 극복되어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있으며 옳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지요.
우리 마음속에 성인 아이가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실패에 대한 열등감이 아직도 나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의 상처딱지가 고정관념과 고집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 사람과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는 건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가을날,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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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