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낮추면서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 금리는 오히려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만 확대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55%로 집계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튿날 10월 12일(3.15∼3.80%)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0%포인트(p), 상단이 0.25%p 낮아졌다.
은행들은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본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수신금리를 낮췄다. 농협은행은 10월 23일 거치식 예금 5종 금리를 0.25∼0.4%p, 적립식 예금 11종 금리를 0.25∼0.55%p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10월 23일과 11월 1일 적금 상품 금리를 0.2%p씩 내렸다. 하나은행도 1일 수신상품 11종의 기본금리를 0.05∼0.25%p 낮췄다. SC제일은행과 토스뱅크도 1일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8%p, 0.3%p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은행권 예금 금리가 하락했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일 기준 연 4.160∼5.860%로 집계됐다. 10월 11일 기준금리 인하 시점(연 3.880∼5.880%)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80%p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3.218%에서 3.229%로 0.011%p 오른 점을 감안하면 지표금리보다 대출금리 상승 폭이 컸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도 연 4.090∼5.754%로 3주 전(연 3.990∼5.780%)보다 하단이 0.10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304%로 그대로인데, 대출금리 하단은 올랐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4.750∼6.480%)도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360%에서 3.400%로 상승하면서 하단이 0.040%p 높아졌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을 관리하라고 압박한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뒤 계속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