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22:30 (월)
[김성희의 역사갈피]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번 '로마 황제'
[김성희의 역사갈피]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번 '로마 황제'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11.0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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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던 로마제국을 다시 일으켰지만 '세계사에 남은 일' 없어 '잊혀진 성군'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로마재건 비용 마련하려 네로가 만든 오줌세 되살려
부인은 '매관매직 수완'…아들이 너무하다고 하자"돈에서 냄새 나느냐"일갈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네로 통 치기의 화재로 많은 곳이 폐허가 된 로마를 재건하는 일이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베스파시아누스란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로마제국의 제9대 황제(재위 69~79)로 청결하고, 관대하고, 유머가 넘친 인물로, 제국을 위해 꽤 눈부신 치적을 쌓았는데도 그렇다.

세계사에 남을 만한 '사건'을 일으키지 않아서이지 싶은데 아무튼 그는 네로 이후 흔들리던 로마제국을 다잡은 인물이었다.

『로마 황제의 발견』(이바르 리스너 지음, 살림)에는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를 다룬 글이 실렸는데 꽤 흥미롭다.

유대 지역 주둔군 사령관이었다가 군의 추대를 받아 황제가 된 그는 네로, 갈바 등 전임 황제들과는 달랐다. 요즘으로 치면 국회라 할 원로원과의 관계도 원만했으며 피의 복수를 행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보복의 두려움이 없어 궁전 앞에 보초병을 세우지도 않았고, 원형 투기장인 콜로세움 건설을 시작했지만 검투사 경기가 아니라 맹수들 간의 싸움을 즐겼을 따름이다.

게다가 자기 신발도 스스로 벗었다. 요즘도 스스로는 우산을 들지 않아 구설에 오르는 고위 인사가 있는 마당이니, 당시 황제 스스로 신을 벗는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네로 통 치기의 화재로 많은 곳이 폐허가 된 로마를 재건하는 일이었다. 화재 잔해를 치우기 위해 직접 삽을 들기도 했던 그는 재건을 위한 재원 마련에 몰두했다. 세금과 속주들의 납부금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아내 카이니스를 시켜 흔하지 않은 물건을 사들였다가 그 물건이 희귀해지면 큰 차액을 남기고 되팔았을 정도로 사업(?) 감각도 뛰어났다.

이를 두고 카시우스 디오가 쓴 『로마사』에는 "똑똑한 부인 카이나스는 로마를 위해 돈을 벌어들였다. 사방에서 그녀에게 선물이 들어왔다. 그녀에게 돈을 주면 총독, 고위관직, 제사장 권한에서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황제의 발언까지 얻어내지 못할 것이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뭐 그가, 혹은 그 부부가 이렇게 번 돈으로 사욕을 취했는지 여부는 언급되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당시 사람의 오줌은 양모를 가공하는 데 꼭 필요한 재료였는데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국고 정상화를 위해 업자들에게 오줌세까지 부과했다. 본래 네로 황제가 만들었던 세금인데 이를 되살린 것이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아들 티투스가 찾아와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느냐"고 따지자 황제는 세금으로 거둬들인 금화의 냄새를 맡으며 "오줌세로 걷은 돈이라 냄새가 나니?"라고 되물었다. 여기서 어떻게 벌었든 돈은 돈일 뿐이라는 뜻의, 그 유명한 격언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가 비롯되었다고 한다.

사족: 이 책에는 "황제가 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좋은 황제 재목으로 생각했을 것"이란 법무관 출신의 황제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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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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