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0:30 (화)
[김성희의 역사갈피] 올림픽 예술 작품이 '거리 판촉용'으로
[김성희의 역사갈피] 올림픽 예술 작품이 '거리 판촉용'으로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10.2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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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란 막대 풍선' 스카이 댄서 ,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폐막 행사에 첫 등장
옥외광고용으로 널리 쓰여 특허 라이선스를 받다가 '작가-사업가' 소송전 갈 뻔
스카이 댄서는 거리 미관을 해친다 해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사진=옥션/이코노텔링그래픽팀.
스카이 댄서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폐막 행사에 첫 등장했다. 사진=옥션/이코노텔링그래픽팀.

언젠가부터 거리를 걷다 보면 기다란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며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끄는 막대풍선을 만난다. 대체로 휴대폰 가게 등의 앞에서 눈길을 끄는 광고물이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했지만 자주 보다 보니 흉물처럼 느껴져서인지 요즘은 조금 뜸한 추세다. 한데 이 높다란 막대풍선의 이름은 아는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이것이 당초 올림픽 폐막 무대를 장식했던 예술작품이었다니 조금 놀랍지 않은가.

우리 주변의 이름 모를, 아니 이름이야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던 소소한 물건들의 이름과 유래를 뒤져낸 『그거 사전』(홍성윤 지음, 인플루엔셜)은 이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선 이 '춤추는 풍선'의 원래 이름은 말 그대로 스카이 댄서(sky dancer)다. 이를 선보인 이가 중앙아메리카의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디자이너 피터 민셜이니 영어식 이름이 당연하겠다. 영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민셜은 1974년 여동생의 카니발 의상을 만들어준 것을 계기로 영국 노팅힐 카니발의 마스 밴드 작업에 참여해 명성을 얻었다.

60년대 영국에서는 카리브해 지역 이민자들이 사육제를 벌여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서 핵심이 화려한 의상과 가면 등을 쓰고 춤추며 행진하는 마스 밴드였다.

'댄싱 모빌'이라 불린 민셜의 마스 의상은 착용한 사람의 동작에 따라 춤추듯 움직이는 거대한 작품이었는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4년 윌드컵 개막식에 등장할 정도로 이름을 떨쳤다. 그 덕인지 민셜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폐막행사에서도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 풍선을 이용한 작업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의 예술가 도른 가짓과 손잡는다.

이렇게 해서 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한 거대한 풍선 인형들은 일제히 그러면서도 제멋대로 연출하는 퍼포먼스로 장관을 이뤘다.

구하기 쉬운 재료와 송풍기를 이용한 간단한 구조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효과가 크다는 데 착안한 사업가들은 즉각 이를 옥외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설치가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하면서 주목을 받을 수 있으니 호객용 설치물로 이만한 게 많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한데 튜브맨, 에어댄서 등으로도 불리던 스카이 댄서의 뒤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가짓이 2001년 스카이 댄서에 관한 특허를 내고는 회사를 차려 라이선스 비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카이 댄서를 순수 예술 작품으로 여겼던 민셜이 이에 반대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소송까지 갈 뻔했단다. 지금도 누구의 발명품인지를 두고 갈등이 깊다나.

스카이 댄서는 거리 미관을 해친다 해서 사용이 금지되기도 하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과 송풍기 소음을 이용해 새를 쫓아내는 허수아비로 새 용도를 찾기도 했다. 예술품이 상품이 되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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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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