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과 함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 앞서 집값과 가계대출이 진정되면 한은의 피벗도 가능할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p) 낮췄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5.10%에서 4.40%로 낮아졌다.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빅컷의 배경에 대해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줄었지만, 실업률 상방 위험은 커졌다"며 고용 악화를 꼽았다. 시장도 금리인하 실행을 반기기보다 빅컷이 필요할 만큼 불안한 고용과 경기 상황에 주목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지수는 각각 0.25%, 0.29%, 0.31% 동반 하락했다.
미국이 빅컷에 따라 한은은 더 큰 금리인하 압박에 직면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위축 등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은도 피벗의 전제 조건인 물가안정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2.0%p로 역대 최대였던 한미 간 금리격차가 1.50%p로 좁혀지면서 내외 금리차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및 외국인자금 유출 우려도 적어졌다. 하지만 들썩이는 집값과 급증하는 가계대출 등 불안정한 금융시장이 문제다. 이창용 총재는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8월 중 사상 최대 증가 폭(+8조2000억원)을 기록한 은행권 가계대출 급증세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된 9월에도 꺾이지 않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0조8388억원으로 8월 말(568조6616억원) 대비 2조1772억원 늘었다.
앞서 이 총재는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인하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라고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