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기 상황에 대해 정부가 다섯 달째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를 강조하며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는 10개월째 내수가 부진하다는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과 차이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8월에 이어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과 그에 따른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평가를 유지했다. 다만 '부문별 속도차'라는 표현으로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선순환 효과가 아직 충분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내수의 모든 분야로 수출 호조 효과가 퍼지지 않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내수 회복 조짐' 진단은 다섯 달째 계속됐지만 KDI 등 외부 평가와 온도 차가 여전하다. KDI는 지난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10개월째 내수 부진 판단을 내렸다.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핵심 내수 지표인 7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1% 줄었다. 백화점·마트 등 카드사용 승인액과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긍정적 요인이었지만 소비자심리지수 하락(-2.8포인트)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른 내수 지표인 건설투자도 토목공사 실적 부진으로 5.3% 감소했다.
이와 달리 서비스업 생산(2.2%)과 설비투자(18.5%)는 증가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고속도로 통행량, 차량연료 판매량 증가는 긍정적 요인으로, 주식 거래대금 감소는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외 여건과 관련해서 기재부는 교역 개선,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등으로 회복세지만 지역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분쟁 확산 우려와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