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한도·만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막기 시작했다.
특히 실수요에 가까운 전세자금대출 받기도 어려워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9일부터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7월 29일 이후 다주택자(2주택 이상)에게 주택구입자금 신규 대출을 막았는데, 규제 대상을 1주택자까지 넓히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9일부터 신용대출도 연소득 범위에서만 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9일부터 주택 보유자에게 서울 등 수도권 주택을 추가 구입하는 데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서울 등 수도권 내 전세자금대출도 전 세대원 모두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무주택자만 받을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5일부터 구입 목적 아파트담보대출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했다. 다만 1주택자가 기존 주택 처분을 서약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인 삼성생명도 3일부터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다.
이처럼 집이 한 채만 있어도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는 것은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등 투기 대출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출 실수요자의 불만이 커지자 규제 수위를 조절하거나 일부 예외 조항을 두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9일 이후라도 이사,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의 '기존 보유 주택 처분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은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전세 연장 또는 8일 이전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경우는 예외로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쏟아내는 가운데 은행에 따라 같은 조건의 대출 여부마저 달라 금융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관련 대출의 경우 KB국민·우리은행은 일반 분양자가 잔금을 다 치렀어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있으면 세입자에게 대출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NH농협은행은 대출 실행 전까지 임대인의 분양대금 완납이 확인되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KB국민·우리·케이뱅크에서는 불가능한데 신한·하나·NH농협에서는 가능하다.
금융소비자들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갭투자 등 투기 대출 수요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금감원장이 '세게 개입할 것'이라며 대출 억제를 강도 높게 압박했다가 '실수요자 보호'를 역설하자 가계대출을 조이라는 건지 풀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