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과 정부가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국민연금 개혁안을 검토한다. 연금 받는 시기가 늦은 젊은 층은 덜 내고, 연금 받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중장년층은 더 내도록 하고,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면 자동으로 납부액과 수급액을 조정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기금 고갈시점을 30년 이상 늦추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국정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움직임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는 데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44%와 45%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와 달리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가 검토하는 개혁안은 세대별로 보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보험료율을 13∼15%로 인상할 경우 장년층은 매해 1%포인트씩 올리고, 청년층은 매해 0.5%포인트씩 조정해 목표 보험료율에 도달하는 시기를 달리 한다.
특히 군 복무자와 출산여성의 연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군 복무 기간 중 6개월까지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을 군 복무기간 전체를 인정하고, 둘째 자녀 출산부터 연금가입 기간을 가산해주는 '출산 크레딧'도 첫째 출산부터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4050 장년층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 안정화 장치'를 도입한다.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면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수급액을 줄이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서 목표 보험료율 등 구체적 수치는 국회 논의를 통해 확정한다는 구상이지만,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이 든 세대일수록 보험료가 더 빨리 오르는 방식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서 제기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그룹 인터뷰에서 젊은 층이 많이 내도 똑같이 받고, 기성세대는 조금 내고 많이 받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을 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대에 따른 보험료율 차등 적용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중장년층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료가 급격히 올라가면 중장년 취약계층이 국민연금 납부를 회피하고, 이들의 노후 생계를 위해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등이 투입돼야 하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자동 재정안정화 장치는 경제상황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모수를 조정하는 제도다. 상황이 나빠지면 연금지급액을 낮춰 연금 안정성을 자동으로 보장한다. 스웨덴, 일본,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