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버경제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고령친화산업 발전이 더디고 정부 전략도 부족해 종합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7일 내놓은 '고령친화산업 현황과 정책 방향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7.49%로 일본(29.92%), 독일(22.41%), 영국(19.17%)보다 낮지만 미국(17.13%), 중국(13.72%)보다는 높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39.7%에서 오는 2030년 48.7%로 급증한다. 같은 기간 일본(47.4%→52.9%), 독일(44.7%→46.0%), 영국(37.9%→39.9%), 미국(35.6%→37.0%), 중국(32.8%→39.2%)의 50대 인구 비율이 1.3∼6.4%포인트 높아지는 반면 한국은 9.0%포인트 상승한다.
AAAP 자료에서 한국의 50대 이상 인구의 소비지출은 2020년 5160억달러(약 709조원)로 전체 국민 소비지출의 52.0%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 파급효과는 6960억달러(약 957조원)로 30%였다. 오는 2030년 50대 이상 인구의 소비지출은 8850억달러(약 1217조원), GDP 파급효과는 1조230억달러(약 1406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실버경제 비중에 비해 한국의 고령친화산업 발전이 뒤처져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과 유사하게 고령화 문제를 겪는 주요국들은 고령친화산업을 '에이지 테크'(Age Tech) 중심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정책을 활발히 시행하는 반면 한국은 정부 차원의 전략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노인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고령친화산업에 로봇, 모바일 기술, 인공지능(AI) 등 에이지 테크를 접목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에이지 테크 관련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영국은 연구혁신기구(UKRI)에서 최신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용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연구자금 및 전문가 자문을 제공한다. 일본은 후생노동성이 경제산업성과 함께 돌봄로봇 개발·보급 촉진 사업을 시행하는 등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시행해온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 예산이 올해 전액 삭감됐다. 2020년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에는 법에서 규정한 '고령친화산업 발전계획'이 누락됐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고령자용 돌봄로봇이나 지능형 제품의 개발이 늦춰지면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제품이 한국 시장에 들어옴으로써 실버경제 확대의 과실이 해외 기업에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