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0:15 (화)
[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58) 김정일의 '계산'
[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58) 김정일의 '계산'
  •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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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8.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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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를 끊은 러시아나 중국을 믿지 않는 것은 특정국의 원조에 지나치게 의존치 않겠다는 전략
개성 내주면서"우리 민족은 주위 강대국에 시달렸는데 남쪽에 세계 최강의 나라가 버티고 있어"

김 위원장은 맞는다고 생각하면 바로 승낙하는 스타일이었다. 정주영과 비슷하다.

"얘기를 듣고 보니 개성이 좋겠군요. 그렇게 합시다. 내가 오늘 개성공단을 선물로 주겠습니다. 얼마나 필요합니까?"

정몽헌 회장이 얼른 말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우선 2,000만 평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필요하면 단계적으로 더 늘리겠지만, 일단은 2,000만 평을 주십시오."

김 위원장은 배석한 관계자에게 지시했다. "2,000만 평을 드려라. 그리고 내일 아침 정 회장 선생을 모시고 현장을 보여드려라."다음 날 정 회장을 비롯한 현대 일행은 개성공단이 들어설 2,000만 평을 돌아볼 수 있었다.

정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이런 화끈한 모습을 보고 대북 사업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 사람과 하면 뭐든지 되겠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때 정 회장을 모시고 방북했던 이익치 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예견대로 김정일 위원장이 즉석에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고 '정주영은 북한을 판단하는 데도 천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니, "거의 신神의 경지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1996. 6. 16일 서산농장에서 키운 ‘통일소’를 몰고 북한을 방문한 정주영 회장.사진=아산나눔제단.
1996년 6월 16일 서산농장에서 키운 '통일소'를 몰고 북한을 방문한 정주영 회장. 사진=아산나눔재단.

98년 10월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정 회장 일행이 묵고 있는 백화원초대소에 김정일이 찾아왔다. 백화원초대소는 북한의 국빈 숙소로 평양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금강산 사업 등 모든 사업은 나누지 말고 정주영 회장 선생이 전적으로 추진하시기 바랍니다. 일단 맡으셨으니 빨리 끝내주십 시오. 금년에 수해 가뭄으로 전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주석님 계실 때 통천 앞바다에 비행장 건설을 계획했었습니다. 발해만에 석유가 많이 매장돼 있는데 석유가 생산되면 남측에도 주겠습니다. 개성공단 개발은 관계기관과 협의토록 하고, 실내체육관(정주영 체육관)이 평양에 건립되면 남북 체육 교류도 많이 해야합니다. 현대건설이 세계에서 최고로 건설을 잘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준비한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러더니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 정주영 회장을 가운데 세우고 자신이 옆에 섰다."공산당수와 사진 찍는 거, 이거 국가보안법 위반 아닙니까?" 동시에 폭소가 터졌다.

정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참으로 약다"라고 표현했다. 김정일은 "우리 민족은 5,000년 내내 주위 강대국에 시달렸다. 그런데 남쪽에 세계 최강의 나라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누가 우리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나 중국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고르바초프가 집권하면서 러시아는 대북 원조를 끊었다. 중국도 원조 물량을 반으로 줄였다. 김정일은 미국이나 일본과도 가까이 지내려고 했다. 특정국의 원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정 회장은 이런 김정일의 생각이 금강산관광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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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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