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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32) 명품 '버버리'의 탄생 비화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32) 명품 '버버리'의 탄생 비화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4.07.1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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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하루 몇 번씩 비 오는 날씨여서 비에 젖지 않는 옷감 개발은 영국인의 간절한 바람
직물가게 견습생 점원 '토머스 버버리',무거운 레인 코트 대신할 기능옷 개발에 야심 키워
1856년 자신의 직물가게를 열어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1879년 방수면직 '개버딘' 개발
1차 세계대전 터지자 '참호'에서 입을 코트 50만벌 납품주문 받아 만든 것이 '트렌치 코트'
버버리 코트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려 '일생'을 동행할 수 있는 옷이란 전문가들 평가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5년 버버리에 '로열 워런트'(영국 최고의 제품 증명)를 수여해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비는 조물주가 지구에 내리는 사랑의 선물이다. 물이 없는 지구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는 인간들과 깊은 감성을 교류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비는 사랑이며 낭만이고 추억이다.

그러나 고마운 비도 상황에 따라 불편하고 위험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인명 피해까지 마다 않는 홍수가 그렇고, 여름철 장맛비도 반갑지 않다. 아무 때나 대책 없이 내리는 비까지 반가워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옷 속으로 스며드는 비는 누구도 싫다. 인간들은 이런 비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영국은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오는 날씨로 악명이 높다. 비에 젖지 않는 것은 모든 영국인들의 간절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거운 고무 레인 코트를 입었었다. 이런 영국적인 상황에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버버리(Burberry)'가 탄생한다.

버버리 코트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며, 클래식하면서도 혁신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일생을 동행할 수 있는 옷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진=버버리/이코노텔링그래픽팀.<br>
버버리 코트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며, 클래식하면서도 혁신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일생을 동행할 수 있는 옷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진=버버리/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직물가게 견습생 점원이었던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는 무겁고 불편한 레인 코트 대신 가볍고 기능적인 옷을 개발하겠다는 야무진 뜻을 품고 1856년 자신의 직물가게를 열었다. 그 때 나이 21세였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1879년 방수가 되는 면직 '개버딘'(Gaberdine) 개발에 성공하였다. 개버딘이란 경사가 급격하게 촘촘히 짠 능직(綾織=날실 또는 씨실이 두 올 또는 그 이상 위아래로 교차되어 비스듬한 방향으로 무늬가 나타나도록 짜는 방법) 옷감이다.

드디어 1895년 버버리는 직물로 팔던 방수 개버딘으로 레인 코트를 만들었다. 가볍고 방수 기능도 우수하였기 때문에 오지 탐험가나 여행객들이 즐겨 입었다. 유명 인사들이 입고 탐험이나 비행을 하면서 버버리 코트는 널리 알려졌다. 국왕이자 멋쟁이였던 에드워드 7세(재위 1901~1910년)도 버버리의 개버딘 코트를 즐겨 입었다. 그 영향으로 버버리의 레인 코트는 우아한 영국 신사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까지 관심을 끌게 되었다.

영국군 장교들까지 버버리를 애용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버버리는 전쟁터에서 입을 코트 50만벌 납품을 주문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트렌치코트다. 그 명칭은 군인들이 몸을 숨기는 '참호(trenches)'에서 유래되었다. 트렌치코트에는 장갑, 호루라기 등을 매달 수 있도록 견장을 달고, 수류탄 운반이 편하도록 D-링, 총을 쏠 때 어깨를 보호하도록 어깨 보호대, 그리고 물이 빠르게 흘러내리며 폭풍우까지 막을 수 있는 넓은 망토까지 부착했다. 야전 참호 속에서도 비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쟁이 끝난 뒤 트렌치코트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영국의 주요 수출품이 되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버버리에 1955년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 영국 최고의 제품 증명)을 수여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160여년 동안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하는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현상은 전쟁터에서나 필요했던 트렌치코트의 여러 장식들이 여성의 코트에까지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안감에 사용한 체크무늬도 버버리를 각인하는 디자인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다.

버버리 코트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며, 클래식하면서도 혁신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일생을 동행할 수 있는 옷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늘날에는 토털 명품 브랜드로서 의류는 물론 가방, 향수 등 다양한 아이템을 생산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버버리는 런던의 본사 외에도 파리, 두바이, 밀라노, 상하이, 서울 등 세계 413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버버리의 사업 규모는 한국에서만도 2023년 기준 매출 3497억7000만원, 영업이익 244억8000만원으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학자도, 연구원도 아닌 직물가게 점원 출신이었던 버버리가 선한 의지와 피나는 노력으로 '방수 직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잦은 비에 난감해하던 인류에, 수출품으로 국가경제에, 그리고 명품으로 패션 역사에 기여한 공로는 어떤 찬사로도 부족하다. 이런 버버리가 패션으로 인한 지구환경 훼손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19세기 중반 토머스 버버리가 '방수 기적'을 만들어낸 것처럼, 21세기에 패션으로 인한 환경 파괴도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는 '제2의 버버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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