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4:15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28) '돈의 속성'을 몰랐던 구두쇠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28) '돈의 속성'을 몰랐던 구두쇠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webmaster@econotelling.com
  • 승인 2024.06.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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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을 금괴로 바꾸어 땅속에 묻어두면 '금덩어리나 돌멩이나 매 한가지'
재테크는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성'이 생겨

목숨보다도 재물을 더 소중히 여기는 구두쇠가 있었습니다.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오로지 모으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늘 자신의 재물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구두쇠는 모든 재산을 금괴와 바꾸어 한곳에 묻었습니다. 재산을 금괴로 만들어 땅속에 묻어두면 도둑을 맞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구두쇠는 금괴가 마치 자기의 심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구두쇠는 날마다 보물이 묻혀 있는 곳으로 가 흡족한 마음으로 금괴를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구두쇠에게는 그 시간이 유일한 인생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하인 하나가 그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인은 거기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혼자 몰래 가서 땅을 파보았습니다. 그러자 거기서 엄청난 양의 금괴가 나왔습니다. 하인은 금괴를 가지고 멀리 도망쳤습니다. 그 사실를 알게 된 구두쇠는 보물이 사라진 텅 빈 구덩이를 보면서 통곡했습니다.

"아니? 당신은 무슨 일을 당했기에 그렇게 슬프게 울고 있습니까?"

그 옆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구두쇠에게 눈믈을 흘리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구두쇠는 억울하고 원통한 처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나그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슬퍼 마오. 당신은 그 금괴를 가지고 있었지만 진짜로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이제라도 차라리 돌멩이를 땅속에 묻어두고 금덩어리라고 생각하지 그러오. 내가 보기에는 당신처럼 금괴를 묻어두기만 한다면 금덩어리나 돌멩이나 매한가지일 테니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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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진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돈= 돈을 모으기만 하고 굴리지 않으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쓸 줄 모른다면 불행하기까지 합니다. 돈은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한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니까요.

이 이야기에서 구두쇠는 돈을 금으로 바꿔 땅 속에 파묻었습니다. 재산을 늘리려면 '돈이 돈을 벌도록 해야' 합니다. 남한테 빌려줘 이자 수입을 얻거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구두쇠는 돈의 속성을 전혀 몰랐던 것이지요.

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집니다. 오늘의 100만 원과 1년 후의 100만 원은 그 가치가 다르다는 말이지요. 돈은 위대하지만 시간 앞에선 맥을 못 춥니다. 물가도 돈에는 천적입니다. 돈의 가치는 시간이 길수록, 물가 상승이 심할수록 하락세에 속도가 붙습니다. 주어진 물가 상승 아래 현재 돈의 가치가 절반이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쉽게 알아보는 '72의 법칙'이 있습니다. 72란 숫자를 연간 물가 상승률로 나누면 원금의 가치가 반 토막 날 때까지 걸리는 햇수를 쉽게 계산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연간 물가 상승률이 3%라면 24년 뒤 화폐 가치가 절반이 돼 그 시점의 1천 원은 구매력 기준으로 현재의 500원에 해당합니다. 현재 짜장면 값이 7천 원이라면 24년 뒤에는 1만 4천 원을 줘야 사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가에 치명적인 돈의 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굴려야 합니다. 돈를 굴린다는 것, 다시 말해 투자를 하는 것은 원금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합니다. 투자 대상은 많습니다. 은행 예금을 비롯해 주식, 채권, 원자재가 있고, 이 우화의 구두쇠가 땅속에 묻은 금도 있습니다. 여기서 은행 예금은 고금리 상황에선 안전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금리가 낮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 예금은 원금을 지켜줘 그 어떤 투자상품보다 안전하나 그 대신 작은 수익에 만족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식이나 채권은 원금을 손실할 가능성도 있지만 잘만 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런 수익도 물가를 이길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재산을 불려 갈 수 없습니다.

◇시간 따라 눈덩이처럼 커지는 복리의 마법= '수익'과 '시간'의 관계를 이해하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복리의 마법'이란 것인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t, 1930~)은 이걸 '스노우볼 이펙트(Snowball Effect)', 즉 '눈덩이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조그만 눈덩이를 굴리면 커다란 눈사람이 되듯이, 수익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복리로 불어난다는 얘기입니다. 복리란 중복된다는 뜻의 한자어 복(復)과 이자를 의미하는 리(利)가 합쳐진 단어로, 말 그대로 이자에 이자가 붙는다는 뜻입니다. 은행 이자는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서 얻는 수익과 같은 의미입니다. 따라서 원금과 이자(수익)를 재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복리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FV = PV × (1 + r)n

*FV = 미래가치, PV = 현재가치, r = 연 수익률(연이율), n = 투자기간(연 단위)

예를 들면 매월 30만 원씩 42년을 투자하면 연 8% 수익으로 10억 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학 입학 기념으로 연 수익률 8%짜리 펀드에 두 눈 질끈 감고 다달이 30만 원씩 넣는다면 은퇴 시점에 10억 원을 만들어 두둑한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수익이 4%로 줄어들면 기간이 엄청 늘어납니다. 매월 30만 원씩 저축하면 66년이 걸립니다. 그러나 매월 투자하는 돈을 50만 원으로, 또는 60만 원으로 늘린다면 당연히 기간은 왕창 줄어듭니다. 매월 30만 원 투자로 10억 원 이상을 만들 수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그렇다면 가장 맛 좋은 투자 자산은 어떤 것일까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려면 투자 대상을 잘 골라야 합니다. 투자 자산은 크게 주식, 채권, 부동산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의 수익률을 따져보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65%이니 이 채권의 수익률은 연 3.65%입니다. 부동산은 연간 월세 수입을 시세로 나눈 임대수익률로 평가합니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전국 평균 임대수익률은 5%입니다. 부동산이 채권보다는 수익률에서 한 수 위인 것은 분명합니다.

주식의 수익률은 주가수익비율(PER)로 환산할 수 있는데, 채권이나 부동산에 비해 다소 복잡합니다. PER은 주당 순이익을 주가로 나눈 것으로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PER의 역수가 주식가치 대비 얼마의 이익을 버는지를 나타내는 수익률 값을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즉, PER의 역수가 해당 종목에 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인 셈이죠. 2023년 말 국내 증시의 PER는 16입니다. 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주당 수익 창출력이 1인 데 비해 주식은 이의 16배 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연 6.2% 정도 됩니다. 최근 수년간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줄었는데도 수익률이 이 정도이니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주식의 투자수익률도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재테크 대상에 주식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은행 예금과 달리 이러한 투자 자산은 원금 손실 가능성(변동성)이란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변동성을 이기려면 안정성을 보강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산을 이것저것 섞어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이브리드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이나 요소를 결합한 것을 말합니다. 서로 다른 요소의 장점을 선택해 합친 것이니 성능이나 경제성이 뛰어납니다.

◇100년간 주식·채권 동시 하락은 단 네 번= 시장은 여러 요인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성격이 다른 자산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투자합니다. 이들 중 주식과 채권은 자산 배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찰떡 조합'입니다. 한 증권사가 주식 6, 채권 4 비율로 자산 배분한 연도별 성과를 과거 100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한 해는 네 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산 배분이 주식이나 채권 하나만으로 운용할 때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그만큼 작다는 뜻입니다.

주식은 '두 얼굴'을 가진 투자상품입니다. 변동성과 수익성이 춤을 춥니다. 주식의 변동성만 보는 투자자는 채권에 머물러 있고, 주식의 수익성만 보는 투자자는 대박의 헛된 꿈을 꿉니다. 자산 배분은 이런 양극단 사이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중도의 길을 제시합니다. 게다가 장기투자를 통한 복리의 힘까지 빌리면 실질적으로 자산가치를 증대시킵니다. 재테크는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성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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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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