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서 중국 쑨양과의 라이벌전을 기대한 IOC의 '속셈'으로 출전길은 열려
문체부 모 차관의 고집으로 출전길 막혔다가 법정다툼했고 수영연습도 제대로 못해 예선 탈락
지난 21일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올림픽 메달리스트 초청행사에도 박태환 얼굴 보이지 않아

2024년 6월 21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올림픽의 날을 기념해 올림피언 및 메달리스트 초청 행사가 열렸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 선수, 여자 핸드볼 스타로 영화 '우생순의 신화' 주인공이자 국회의원인 임오경 선수, 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김광선, 레슬링의 한명우, 탁구의 유남규 선수 등 왕년의 올림픽 영웅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만나 지난 날의 화려했던 감격의 순간들을 되새겨보는 뜻 깊은 날이었다.
그러나 박태환 선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올림피언 메달리스트 모임에 참석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없다. 다음 달 7월 26일부터 파리 올림픽이 개막되는데 박태환 선수의 후배인 황선우, 김우민 선수가 강력한 금메달 유망주이기에 필자인 나로서는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와의 재회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태환 선수는 중학교 3학년 시절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8년 동안 3차례의 올림픽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박태환 선수의 수영 선수로서의 최대 위기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세계적인 수영스타인 박태환 선수를 간판 선수로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새로 건설한 수영 경기장 이름을 박태환수영경기장으로 할 정도로 기대가 엄청났다.
그러나 박태환 선수는 세계 반 도핑 기구로부터 금지 약물 복용자로 선수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징계를 받음으로써 박태환 선수는 수영선수뿐만 아니라 인생에 충격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박태환 선수의 건강은 물론 신체를 보살펴 주던 여의사가 박태환 선수에게 남성 호르몬제인 '네비도'를 투약한 것이 박태환 선수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이다.
박태환 선수는 금지약물 복용자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받은 메달을 박탈 당함은 물론 IOC로부터 1년 6개월 선수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선수로서의 불명예는 물론이고 선수 생명도 끝난 것으로 적지 않은 언론들이 내다봤다. 어떤 언론은 '약쟁이'라는 단어까지 붙여 기사를 썼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박태환 선수는 부주의로 금지 약물인 '네비도'를 투약한 의사에게 업무방해죄를 물어 소송에 나섰다.
이러한 와중에 문체부의 모 차관은 박태환 선수는 물론 선수 측의 무성의한 대접에 화가 났는지 박태환 선수의 2016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막았다. 그러나 박태환 선수는 이미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대표 선수 선발전에서 출전 티켓을 획득했다. 게다가 IOC는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이뤄질 라이벌인 중국 쑨양 선수와의 경기를 감안해 박태환 선수의 징계 기간을 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개막 몇 개월을 앞두고 박태환 선수의 출전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 회관에서 공개 토론회까지 열렸다.
필자도 토론자로 나섰다. 박태환 선수는 금지 약물로 징계를 받았지만 올림픽 개최 전에 징계 기간이 끝날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로 출전 티켓을 획득했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문체부 모 차관이 고집을 부렸다. 또 대부분의 언론들은 문체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올림픽 개막이 가까워지고 박태환 선수의 출전 문제가 사회 문제로 논란이 커지자 모 로펌이 재빠르게 박태환 선수를 위한 무료 변론에 나섰다.
결국 박태환 선수는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에 가까스로 출전하기 위해 법정까지 서야했다. 막판에 한국 선수단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박태환 선수는 연습할 마땅한 수영장이 없어 곤란을 겪었다. 문체부의 힘 있는 차관의 압력에다 대부분 언론들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었다.
필자는 박태환 선수의 안타까운 사정을 보고 올림픽 공원 내 수영장에서 연습을 할 수 있게 간신히 허락을 받아 하루에 3시간 가량 연습할 수 있게 했다. 박태환 선수는 힘들게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은 했지만 연습량이 모자라 예선탈락했다. 결국 박태환 선수는 귀국 후 수영계를 떠났다.
박태환 선수는 스스로 말 없이 수영계를 떠났지만 그는 우리나라 수영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