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흙에서 자란 윤기 도는 농작물이 지평선처럼 아득
이번에 하얼빈으로 온 것은 하얼빈이 목적지가 아니라 내몽골 북단의 후룬베이얼 초원을 가기 위한 경유지로서였다. 아침을 먹기 위해 호텔을 나서 어제 산책했던 길 반대편으로 가다. 중간에 아침 식사를 파는 식당에 들러 죽 한그릇( 3위안 ) 과 채소만두 3개 (3위안 ) 과 작은 채소류 반찬 ( 1위안 )을 먹었으나 만두는 전혀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 하겠다. 그냥 밀가루빵에 불과하다. 좀 부족한 듯 하여 중양따제 초입에 있는 켄터키점에 들러 꽈배기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보충하였다. 호텔로 들어가 짐을 정리해 나와 체크아웃하고 짐은 호텔에 맡겨두었다.
오늘 하얼빈을 떠나 후룬베이얼로 가는 열차가 오후 4시반 혹은 7시 가운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오후 3시쯤 호텔로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호텔을 나섰다. 마침 버스정류장에서 농업대학이 종점인 버스가 들어와 그냥 올라탔다. 40~50분쯤 달렸을까.
시내 중심가와 주변 풍광이 크게 차이가 없고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곳이 종점이었고 바로 동북농업대학이 자리잡고 있었다. 좀 한적하면서 농촌분위기가 나는 곳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무너졌다. 학교 입구는 왜 그리 지저분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지.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보도도 제대로 깔려있지 않다. 교문도 북경에서 보던 많은 대학들의 교문에 비해 옹색하기 그지없다.
학교안의 건물들도 많이 낡아 있다. 교육투자에서 중앙의 대학과 차이가 많은 것인지? 교내의 숲길을 30여분 산책하고 교내에 있는, 아마도 외부손님을 겨냥한 듯한 제법 깔끔하고 규모가 큰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말린 두부와 여러 가지 야채를 기름과 약간의 당분을 더해 무친 야채샐러드와 목이버섯과 대파 그리고 약간의 돼지고기를 넣어 볶은 산동식 목이버섯 모두 맛이 좋았다. 식사 후 학교를 좀 더 거닐다 21번 버스를 타고 중양따제로 되돌아왔다.
호텔에서 짐을 찾아 3시 50분쯤 걸어서 하얼빈역으로 이동하였다. 호텔에서 역까지는 약 1.5km로 아주 천천히 걸어서 약 25분이 소요되었다. 이곳에서 여행사직원을 만나 기차표를 받았다. 그러나 여행사직원이 내민 기차표를 유심히 보니 3단 침대의 중간자리였다. 3단 침대에서는 하단이 제일 편하고 가격도 좀 비싼 편이다. 나이 타령도 곁들이면서 직원을 설득해 하단침대표로 바꿨다.
바로 하얼빈역을 들어가 침대차에 올랐다. 오래전 침대차를 탄 경험으로는 지저분하고 상당히 시끄러운 것이 열차 내의 보통 모습인데 오늘 탄 침대열차 내부는 상당히 깨끗하고 소란스럽게 떠드는 사람도 거의 없다. 앞자리 3명은 중년의 부부와 어린 딸이 상중하 3단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여행이 아주 쾌적했다. 야간열차로 이동하는데 내심 걱정이 됐으나 기우였다. 마음이 진정되니 바깥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하얼빈 근교의 풍광은 아주 인상적이다. 아마도 송화강의 지류인 듯한 물길과 풀밭, 평원이 서로 뒤섞여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석양의 농촌 풍광을 만들었다. 하얼빈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철도 노선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광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녹색의 평원이며 헤이룽장 지역의 토양은 기본적으로 흑토대다.
황토나 적토에 비해 흑토가 더욱 풍요로워 보이고 그래서 그런지 농작물이나 풀들이 더욱 윤기가 돌고 잘 자라는 것 같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녹색의 평원은 필자로서는 거의 경험 못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8시가 좀 지나니 바깥이 약간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비록 딱딱한 침대칸이지만 아주 쾌적하고 편안하다. 에어컨 성능도 훌륭해 오히려 서늘함을 느낄 정도다. 잠이 쉬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