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ODI)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3.7%로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넘어 해외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이차전지와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일 내놓은 '한국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 현황과 경제적 창출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ODI는 총 634억달러였다. 특히 이 가운데 43.7%인 277억달러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어 케이만군도 62억달러(9.7%), 룩셈부르크 50억달러(7.8%), 캐나다 36억달러(5.7%), 베트남 26억달러(4.2%), 인도네시아 21억달러(3.3%), 중국 19억달러(2.9%) 순서였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한국 ODI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직접투자국이었는데 7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미국으로의 ODI 증가는 미국이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으로 첨단 제조시설을 적극 유치한 데 국내 기업들이 부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 결과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외국인직접투자(FDI) 누적 유입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이전까지 1% 안팎에 불과했던 것이 2020∼2022년 2.3% 수준으로 높아졌다.
4월 기준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사업장은 총 2432개다. 주별로 캘리포니아에 가장 많은 24.7%(600개)가 진출해 있다. 이어 텍사스(11.1%), 뉴욕(7.9%), 뉴저지(7.6%) 순서로로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다.
한국 기업의 미국 대외 수출 기여도는 자산규모 1000달러당 43.0달러로 평균(24.3달러)을 크게 옷돌면서 26개 주요국 중 5위를 차지했다.
무역협회는 "한국의 대미 투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시하는 첨단산업 육성과 기후변화 대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한 제조업 강화와 무역 불균형 해소 모두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를 미국의 통상 압력 완화의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