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해결 안 되고 '자본적 지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 거론
전부 자기 돈으로 계속투자 어려워 세계가 반도체공장 유치경쟁 지적

최태원(63)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나타난 반도체 호황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경기) 롤러코스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회장 연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반도체 호황과 관련 "작년에 너무 나빴기 때문에 올해 상대적으로, 반사적으로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존재한다"며 그같이 진단했다.
또 최 회장은 최근 업황이 크게 나빠진 배터리 산업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임 중 역점사업과 관련해서는 "반기업 정서를 개선해 '나도 경제 활동을 할 거야, 기업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신나게 열심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지난 3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그를 제25대 회장으로 재추대했다. 대한상의 회장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2021년 3월부터 2027년 3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6년간 대한상의를 이끌게 됐다.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최근의 반도체 호황 국면과 관련, "반도체 경기 롤러코스터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좋아진 현상이 얼마나 가겠느냐 하면, 그리 오래 안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이 다시 '슈퍼 사이클'을 맞을 수 있다는 최근의 기대감에 경각심을 던져주는 진단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7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낸 SK하이닉스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조8,860억 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데다 작년 15조 원 상당의 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도 1조9,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가운데 이런 진단이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반도체가 이전과는 달리 짧은 경기사이클을 보이고 있어 설비투자 결정에 고민이 많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동안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평균 4~5년을 주기로 한번 좋아지면 2년 연속 이어진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이런 사이클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
최 회장은 "투자를 계속하긴 해야 하는데 반도체 미세화가 상당히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 과정을 충족시키려고 생각하고 공급을 늘리려면 라인을 더 건설해야 된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기술로 해결이 안 되고 캐펙스(CapEx=자본적 지출)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계속 부딪친다"며 "이걸 전부 자기 돈으로만 계속 투자하는 형태는 안되고, 그렇게 되니 전 세계가 반도체 생산을 자기네 나라 쪽으로 끌고 가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래서 지금 보조금 얘기가 나오고, 반도체 산업이 자기네 장사가 잘 되거나 리스크를 공유할 수 있는 쪽으로 자꾸 흐르게 된다"며 "앞으로도 캐펙스를 얼마나 더 투자하느냐는 게 업계의 숙제"라고 밝혔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때문에 일어난 배터리 업황 부진 문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체 전기차가 캐즘 현상을 일으키니까 배터리와 그 밑에 있는 소재도 똑같은 공급망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그렇다고 전기차를 영원히 안 하고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사업이) 지속적으로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30일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와 관련해서는 "지금 저성장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제 새로운 모색을 할 필요가 있지 않냐"며 "'과거 기조대로 계속 가면 대한민국이 괜찮은 겁니까'라는 질문을 전 사회에 던져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선거가 미국과 한국 간의 어떤 근간을 완전히 흔들 수 있을 만큼 바꿀 수 있느냐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꾸준히 미국과의 대화를 가져가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나 장기적으로 같이 협력해야 할 문제들을 잘 끌고 가는 게 제일 좋은 답"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중국과의 협력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수출도 해야 하고 경제협력을 많이 해야 하는 입장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이고 판매처이고 협력처"라며 "경제 문제를 풀 때는 차가운 이성과 계산으로 합리적인 관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