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말 11개 상영관 갖춘 멀티플렉스 탈바꿈했으나 대기업 주도권에 밀려
건물은 공연장으로 개조 내년 4월 재개관 … 세계적'이머시브 공연' 유치키로

66년 역사를 지닌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이 오는 9월 30일 문을 닫는다. 대형 멀티플렉스로 재편된 영화시장에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대한극장 운영사인 세기상사는 4월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극장 사업부의 지속적인 적자를 해소하고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한극장 빌딩을 개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극장 건물은 공연장으로 개조돼 내년 4월 재개관할 계획이다.
대한극장은 1958년 4월 국내 최대 규모로 개관했다. 당시 미국 영화사 20세기폭스의 설계에 따라 건축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021년 8월 폐관한 서울극장과 더불어 한국 영화 산업을 대표하는 명소로 꼽혀왔다.
대한극장은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 미국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을 상영하며 이름값을 높였다. '벤허'의 경우 1962년 2월 개봉 당시 연일 만원사례를 이어간 덕분에 6개월 동안 상영하기도 했다.
대한극장은 당초 단관 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시대 흐름에 맞춰 2002년 말 11개 상영관을 품은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했다. 이런 변신에도 불구하고 극장산업 주도권이 대기업 멀티플렉스로 넘어가면서 경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극장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세기상사는 "건물을 개조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 노 모어'를 수익 배분 방식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머시브 공연은 객석 경계를 없애거나 넘나들 수 있도록 한 관객참여형 공연이다. '슬립 노 모어'는 이머시브 공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극이다.